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견제자 역할을 한 윤석열 검찰은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보였다. 조국 일가와 월성원전 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가차 없는 수사는 검찰 역사에 '레전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수사를 지휘한 검찰총장이 현재 권력에 대한 수사를 훈장 삼아 정치권에 직행한 것은 검찰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제부터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알 수 없지만, 현직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는 검찰의 중립성을 뿌리째 흔들어버렸다. 검찰조직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전 선거운동 조직이 된 셈이고 그를 응원했던 전국 2천2백여 명의 검사는 선거운동원이 됐다. 그토록 검찰권을 추상처럼 행사한 윤석열 전 총장이지만 이른바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비리 의혹으로 자신이 검찰수사 대상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심지어 윤석열 전 총장은 재직 시절 처가와 측근들의 각종 비리 수사를 뭉개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국가 기강을 흔드는 일로 국민은 '윤석열 시대 검찰'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윤석열 검찰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오수 검찰시대가 왔다고 해서 검찰이 새로운 옷을 입은 것은 아니다. 윤석열의 뒤를 이은 김오수 검찰은 앞선 검찰총장의 역사지우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월성원전 수사 관련자 기소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고 있고 현 정권 수사는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꼬리자르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할 때 영장에 적시했던 배임 혐의가 빠지고 뇌물 명목이 바뀐 것은 그 윗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기에 충분하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성급하게 청구했다가 기각당한 것은 고의적인 부실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대장동 의혹 수사는 '알맹이 빠진 반쪽기소'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쯤 되면, 검찰무용론과 특검 불가피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후보 선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여당 후보의 비호감도는 60%이고 야권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비호감도가 62%나 된다. 국민들은 비리와 의혹 투성이 도긴개긴 후보를 놓고 누가 덜 나쁜지를 선택해야 하는 참으로 황당한 대선으로 가고 있다.
결국에는 검찰이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누군가 정치생명이 끊어지더라도 성역없는 수사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시기는 12월을 넘겨서는 안 된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일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사심으로 검찰을 망가뜨린 윤석열 검찰과 권력눈치 보는 김오수 검찰이나, 어차피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같은 날이거나 하루 차이다. 검찰수사는 진작에 신뢰를 잃었고 공수처가 등장하고 경찰에 수사권까지 상당 부분 넘어갔다. 그나마 남은 칼로 풀을 베려고 하지만 그 칼이 무디다. 이번에 또다시 특검이 시행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청명에는 (생명력이 다한)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라고 한다. 검찰이 내년 청명에 부지깽이라도 꽂을 생각이라면 엄정 수사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