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금 든 쇼핑백 수상해" 보이스피싱, 택시기사에 덜미

피해자에게 돈 받고 은행 ATM으로 향하던 수거책
택시기사 단체 채팅방에서 '의심'…동료 기사 신고
대포통장 송금 직전 현장 덮친 경찰에 검거 "피해자 찾고 있다"

돈다발을 들고 이동하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거책이 택시기사의 신고로 대포통장에 현금을 송금하기 직전 경찰에 붙잡혔다.

24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 22일 40대 남성 A씨를 보이스피싱 수거책 용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금액은 현금 980만 원가량으로, 경찰은 추가 피해 금액을 조사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A씨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를 찾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22일 오후 5시 17분경 "동료 택시기사가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태우고 창동으로 가고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관할인 창동지구대는 순찰차 3대 및 경찰관 7명을 출동시켜 10여 분 뒤 해당 택시를 찾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A씨를 검거했다.

도봉구 관내에서 A씨를 태우고 목적지로 이동하던 택시기사는 A씨가 쇼핑백에 현금을 다량으로 소지한 모습이 의심스럽다고 판단, 동료 택시기사들과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다른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현금을 송금하려던 찰나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은행 ATM 인근 상인은 "경찰이 오고 사람이 많았는데 택시기사는 (용의자 승객을 놔두고) '쿨하게' 떠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한국 국적인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아니라 "금융 관련 기업의 현금 수거 고액 알바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에게 범행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해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상선도 추적할 예정이지만 A씨가 송금하려던 계좌는 대포통장인 데다 총책은 중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송금 전에 수거책이 붙잡혀, 피해자를 찾으면 피해 금액을 돌려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빨리 파악해 확보한 금전을 돌려드리고 안심시켜드리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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