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텀블러' 쏟아지는데 고무패킹은 어디서 구하나…절반만 친환경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최근 텀블러를 씻다가 음료 누수를 막아주는 고무패킹에 곰팡이가 낀 것을 발견했다.

더는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보고 해당 텀블러를 판 프랜차이즈 카페에 고무패킹만 따로 살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인 텀블러 본체와 달리 소모품인 고무패킹은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게 좋다고 들은 터였다.

하지만 카페 측은 텀블러 부품을 따로 팔지 않는다고 답했고, 고무패킹의 규격도 알려주지 않았다. 정확한 규격을 몰라 타사의 고무 패킹을 사서 끼워 쓸 수도 없었다.

이씨는 "결국 텀블러를 새로 새야 할 판"이라면서 "일회용 사용을 줄이려고 텀블러를 쓰는데 고무패킹 하나 때문에 멀쩡한 본체를 버리게 돼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텀블러나 보온병 등 다회용 용기를 '굿즈'로 출시하면서도 고무 패킹 등 소모성 부품은 따로 팔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용기를 쓰면 음료를 할인해주는 등 친환경 마케팅을 펼치면서 정작 수명이 남은 용기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주요 커피 전문업체 대다수가 텀블러의 소모성 부품을 별도로 팔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지난 9월 7일부터 한 달간 30개 커피전문점 브랜드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2021년 10월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순위를 최근 발표했는데 이 중 1~10위 업체는 모두 자체 디자인을 입힌 텀블러나 보온병을 판매한다. 해당 제품은 주로 외부 다회용기 제조업체에서 위탁 생산한다.

또 상위 10곳 중 '메가커피'를 제외한 9곳은 개인 다회용기를 이용하면 음료값을 깎아준다. 종이나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취지다.

이에 이씨처럼 매장에서 텀블러를 구매해 휴대하면서 음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

평판 1위 업체인 스타벅스의 경우 한 해 매출의 8~10%가 텀블러 등 굿즈에서 나온다. 문제는 텀블러 본체보다 내구성이 떨어져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고무패킹을 교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유명 보온병 제조사인 써모스코리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사 텀블러는 사용 유효기간이 없지만 고무패킹 등 소모품은 1년에 1번씩 교체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평판 상위 10개 업체 중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8곳은 텀블러 부품을 별도로 팔지 않는다.

스타벅스에선 고무패킹이 달린 텀블러 뚜껑은 살 수 있어도 고무패킹만을 따로 팔지는 않는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부품 교체와 관련한 '안내'를 들을 수는 있다고 업체 관계자가 전했다. 사실상 웬만한 카페에서 고무패킹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텀블러를 위탁생산한 외부업체를 통해 고무패킹을 직접 사는 방법이 있다. 그러려면 해당 텀블러에 맞는 고무패킹의 규격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씨의 사례에서 보듯 카페에서 고무 패킹의 정확한 규격을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고무패킹을 교체할 시점이 됐을 때 텀블러를 통째로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텀블러가 제 기능을 하려면 보온·보랭 효과를 높이고 음료가 새지 않도록 하는 고무패킹이 꼭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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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강조하며 텀블러를 판매하는 카페들이 한편으론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각에선 카페에서 고무패킹을 팔면서 고객에게 주기적인 교체를 권고한다면 최근 불거진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비판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새로운 자원을 쓰지 않고 기존에 있는 물건을 더 오래 쓰는 게 환경주의의 일차적 목표"라면서 "카페 측에서 친환경을 내세우며 텀블러 이용을 권장하려면 소모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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