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부지 소유주는 물론 관할 지자체까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 등 각종 우려가 나온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인도 옆 담벼락.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일부 담벼락은 아예 무너져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였다.
담 너머 안쪽을 들여다보니, 잡초가 무성한 수영장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폐기물, 녹슨 체육시설이 마치 공포 영화 배경을 연상케 했다.
시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반쯤 떨어져 나간 통행 금지선 말고는 별다른 안전조치는 없었다.
몇 달 전 관할 지자체가 '안전 점검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였지만, 종이가 빛바랠 때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비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자칫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은 시설인데, 지금까지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집 바로 옆에 낡은 시설물이 미관을 해치고 있어 하루빨리 정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이처럼 대형 시설이 오랫동안 방치된 것은 땅 소유주 등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해당 부지는 현재 맞닿은 삼익 비치 아파트 재건축 사업 대상지에 포함됐다.
하지만 땅 소유주와 재건축 조합 측이 부지 매매 금액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동안 전체 면적 1만여㎡에 달하는 넓은 땅이 20년 가까이 방치되면서 지역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건축 예상 부지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관리조차 하지 않은 부지 소유주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부지는 현재 지역 유력 기업과 운송 회사 관계자가 공동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관계자는 "시설이 문을 닫고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주민 대부분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 구청에도 민원을 제기했고, 아파트 차원에서 땅 소유주와 논의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재건축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서두르는 한편 주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당 부지 소유 주체 중 하나인 A사는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부지 개발이나 안전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조속하게 안전 조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측과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부지 소유자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소송 내용이나 진행 상황에 대해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며 "부지 개발이나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재건축 등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속히 개선 대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구청은 "민간인 소유 부지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시설 안전을 진단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비비람이 치거나 사고 우려가 있을 때 인도를 통제하고 있어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