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논란'이 불거진지 꼬박 이틀 만에 유감을 표명하고,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냈다. 사과할 시간이나 계기는 충분했지만, 발언의 진의를 앞세우다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표현처럼 '고집'을 부린 셈이 됐다. 이틀 동안 캠프 안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윤 전 총장은 21일 오전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해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는 추가 입장도 밝혔다.
이날 입장 발표 전까지 윤 전 총장에게는 적어도 3번의 사과 계기가 있었다. 지난 19일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여권은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심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사과 대신 발언의 진짜 의도를 설명하는 데 주력하며 첫번째 기회를 놓쳤다. 윤 전 총장은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게, 그 후 대통령들이나 전문가들이 다 하는 얘기이며 호남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사이 이준석 당대표마저 윤 전 총장 비판에 가세했고, 역사의식과 통치관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당일 저녁에 열린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는 윤 전 총장이 국민들 앞에서 직접 사과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지만, 경쟁 후보들의 질문에도 사과는 없었다. 대신 "일부러 왜곡하는 것은 하지 말아달라"며 "집권을 하면 대구, 경북 뿐만 아니라 호남 발전을 위해서 십분 노력하겠다"고 기존처럼 '진짜 의도'를 강조했다.
이 기간 내내 캠프 내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조언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정치 초년생' 윤 전 총장은 아직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캠프에서 조율된 메시지 보다 본인 판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아직도 정치 언어를 잘 모르다보니 처음 취지와 달리 언론에서 해석되는 걸 보고 패닉에 빠진 것 같다"며 "검찰에 있을 때 겪어보지 못한 걸 경험하면서 아직도 여의도 정치판에 적응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윤 전 총장이 캠프 내 참모들과 당 안팎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지만, 윤 전 총장은 끝까지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인식은 버리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입장문에서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언이 늘 편집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사과 시점을 실기한 것은 차치하고, 사과라는 명시적 표현이 포함되지 않으며 진정성 마저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호남의 금기를 건드린 셈인데 바로 조치도 이뤄지지 못했고, 여론에 밀려 사과한 모양새"라며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