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 힘 안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이준석 대표도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윤 후보는 그다음 날에도 발언의 핵심은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비판만 하고 있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센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윤 후보는 21일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판을 '수용'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선 두 가지 발언은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5.18'과 '군사쿠데타'를 빼면 이라는 전제는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아도 정치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수많은 광주 시민을 무참히 학살하며 정권을 잡은 사실은 이후 정치를 잘했든 못했든 평가 받을 문제가 아니라 단죄를 받아야 할 최악의 범죄 아닌가. 윤석열 후보는 또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대통령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인재를 등용해 국정을 시스템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시절의 경제호황을 경제팀에게 믿고 맡긴 덕이라는 주장은 과연 옳은가. 물론 김재익 수석 같은 인재들이 경제정책에 이끌며 성장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례없는 3저 호황에 힘입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런 호황기를 적극 활용해 재벌들의 몸집은 얼마나 비대해졌으며, 이렇게 특혜를 몰아준 대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의 액수는 얼마였나.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로 드러난 액수만 9500억 원에 이른다.
윤석열 후보가 지칭하는 시스템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윤 후보는 독재 권력을 꿈꾸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윤 후보의 발언 가운데는 전두환 전 대통령 문제 뿐 아니라 아주 심각한 인식을 드러낸 부분이 또 있다.
윤 후보는 "최고 전문가 뽑아서 임명하고 시스템 관리하면서 대통령으로서…(중략)…아젠다만 챙기겠다.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 이뤄진 검찰 개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가 생각하는 '검찰'은 법 집행을 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아니라 과거처럼 독점적 기소권을 가지고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자신들의 뜻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 해석이 맞다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지 두려움마저 앞선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인물을 정치를 잘했다고 언급하고, 독재와 폭압으로 점철된 재임기간을 시스템으로 운영됐다고 평가하는 대통령. 오로지 '검찰권력' 회복에만 온 힘을 쏟겠다는 대통령.
윤석열 후보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