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로 동해안 더비를 끌고 온 경기에서 행운의 여신은 포항 스틸러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포항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동아시아지역 4강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120분 연장전에 1 대 1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겼다.
포항은 다음 달 23일(한국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결승에서 알 힐랄(사우디)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연속 우승을 노렸던 울산은 복병 포항에 발목을 잡혀 이번 시즌 트레블 도전에 실패했다.
동해안 더비에 자신감을 보인 포항은 전반부터 공격적으로 나갔다. 포항 팔라시오스는 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몸싸움을 이겨냈고 포항은 점유율을 지키며 기회를 계속 노렸다. 울산은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역습을 준비했다.
살얼음판과 같은 전반전을 보낸 후 0의 균형을 깬 것은 울산 윤일록이었다. 울산은 후반 7분 윤빛가람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뒤 윤일록에게 패스했다. 포항 이준 골키퍼는 패스를 막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 윤일록은 상대 골키퍼가 쓰러진 틈을 타 왼발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에도 기회가 왔다. 후반 23분 울산 원두재가 포항 임상협의 공격을 차단하다 깊은 태클을 시도하던 중 다이렉트 퇴장을 당한 것. 울산 홍명보 감독은 윤빛가람을 빼고 박용우를 투입해 수비를 보강했다.
수적 열세에 빠진 울산을 상대로 포항은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도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울산 홍 감독은 후반 35분 주전 공격수를 3명을 빼고 수비적으로 진영을 꾸렸다. 10분 동안 10명으로 완벽하게 골문을 잠그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울산의 전략은 포항 수비수 그랜트의 머리에 의해 깨졌다. 그랜트는 후반 45분 프리킥 상황에서 강상우가 오른쪽 올린 공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1명이 많은 포항은 연장전 대부분을 울산 진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울산도 모든 선수가 내려와 수비에 나섰다. 포항과 울산을 있는 힘을 짜내 결승골을 노렸지만 경기는 승부차기로 갔다.
울산의 첫 번째 키커 불투이스의 킥은 골대 위로 크게 빗나간 반면 포항 임상협은 공을 밀어 넣었다. 나란히 네 번째 키커까지 성공한 뒤 울산 마지막 키커 박용우가 골을 성공했다.
포항의 마지막은 주장 강상우였다. 강상우는 왼쪽으로 골을 밀어 넣고 5-4로 승부차기를 마무리하며 ACL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