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0일 오후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그리고 유동규 전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아직 참고인 신분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도 같은 날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으로 불리는 4명을 같은 날 동시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해당 녹취록 속에는 김씨가 천화동인 1호의 상당 지분이 유 전 본부장의 몫으로 약속했다는 내용을 비롯해 성남시 의장과 의원에게 수십억 원이 건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 또한, 앞서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350억 로비 비용이 든다는 얘기를 했다"거나 "유 전 본부장에게 400억~700억을 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녹취록 속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반면 김씨는 녹취록 속 내용은 과장 혹은 왜곡됐고 일부 발언이 사실이더라도 구(舊) 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못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입장이다. 대장동 개발 수익금이 예상보다 커지자 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정 회계사가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녹음하고 편집했다는 게 김씨 주장의 골자다. 유 전 본부장 또한, 대장동 사업에 특혜는 없었다며 김씨와 대체로 비슷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이의 특혜 그리고 로비 의혹에 대해 핵심 인물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인 만큼 4명에 대해 서로 간 대질조사로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볼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그간 김씨 조사 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대장동 녹취록과 음성파일 일부를 제시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씨 측은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해당 녹취록을 수사 과정에서 보지 못했다며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는 김씨로부터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 원을 받았다고 적시한 것과 달리 김씨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김씨가 현금 5억 원을 건넸다고 바꾼 것으로 알려진 점도 논란이 됐다. 자금흐름 추적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가 정 회계사의 '대장동 녹취록'에만 기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안 자체가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인데 남 변호사에 대한 혐의를 48시간 안에 조사해서 끝낼 자신이 없고서야 체포를 한 것부터 검찰이 수사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도 배임죄라는 것이 굉장히 적용이 어려운 혐의인데 검찰이 대장동 사업구조를 완벽히 파악한 것이 맞는지, 단순히 녹취록에만 의존한 수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날인 17일에서야 성남시청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이 또한, '뒷북수사'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이 당시 성남시의 역점사업 중 하나였던 데다 사업을 관측에서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시의 100% 출자로 만들어진 공기업임을 고려하면 이 사업 의사결정에 성남시가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후 모두 4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에도 시청 내 의사결정의 '핵심'인 시장실과 비서실은 계속 빠진 점도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 됐다.
사업 시작부터 이후 이익 배분까지 대장동 핵심 4인방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동시 조사로 검찰 수사가 반환점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이날 조사를 마치는 대로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김씨와 체포 후 석방했던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