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지역 총파업 집회 장소를 '서대문역 사거리'라고 공지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오후 12시에 장소를 공지할 계획이었으나 집회 시작 시간 30분 전에야 갑작스럽게 장소를 알렸다.
민주노총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은 오전부터 도심 곳곳에 검문소를 운영하고 차벽을 설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진행된 집회를 막지는 못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오후 2시쯤 서대문역 사거리로 집결했다. 주최 측은 2만 7천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이들이 사거리 도로를 점거하는 동안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와 택시가 뒤엉켜 일대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2시 30분쯤 집회 참석자들을 착석시키고 총파업 대회를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넷플릭스의 인기작인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 복장을 하고 북을 치며 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를 착용하는 등 방역 지침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집행부의 안내에도 혼잡한 분위기 속에서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주노총은 "양극화 해소와 사회대전환을 위한 절박한 목소리와 요구를 알리기 위해 이번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고 국가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고,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불법 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 중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편지글이 낭독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편지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하지 않고서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며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부동산 투기소득을 환수해 부의 세습을 막자"고 밝혔다.
애초 민주노총은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서울역 등으로 행진을 계획했으나 경찰의 설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는 서울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8만 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파업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도 참여하면서 상당수 학교에서 급식과 돌봄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집회에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80대 유모씨는 "오랜만에 보험회사에 볼 일이 있어서 나왔다"며 "종로3가로 가야 하는데 일대 지하철역이 막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점심 약속에 나온 함모(58)씨는 "약속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길이 다 막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에게 (돌아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전화하는 중이중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67명 규모의 '10·20 불법시위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주최자 등에 대해 오늘 출석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 예외 없이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