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서 쏜 두 번째 SLBM…北, 단거리 미사일로 뭘 노리나

북한이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SLBM 발사 모습. 오른쪽 아래는 발사 플랫폼인 고래급 잠수함으로 북한은 이를 '8.24 영웅함'이라 이름붙였다. 연합뉴스
북한은 2016년 8월 북극성-1형에 이어 지난 10월 19일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2천톤급 고래급 잠수함에서 발사했다는 점은 5년 전과 같다. 하지만 기존 북극성 미사일보다 사거리와 고도 등이 짧아진데다, 형태도 북극성보다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비슷하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있다.

훨씬 멀리 타격할 수 있는 북극성 미사일을 두고 왜 이렇게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무성하다. 이른바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고, SLBM 실전배치를 보다 수월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된다.

5년 전 북극성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고각발사, 이번엔 단거리


북한은 2016년 8월 24일 고래급 또는 신포급이라고 하는 잠수함에서 북극성-1형 SLBM을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전에 북한이 SLBM을 개발하고 있었고 바지선 시험발사도 했지만,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한 일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탐지된 비행거리는 500km, 고도는 550km 안팎이었다. 고각으로 발사됐기 때문에, 실제 사거리는 더 길다. 2020년 국방백서는 이 미사일에 대해 사거리 약 1300km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플랫폼인 고래급 잠수함이 SLBM 한 발만 탑재 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미사일을 평가 절하하긴 했지만, 북한이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2019년 10월 2일 발사된 북극성-3형은 비행거리 450km, 최대고도 910km를 기록했다. 북한 매체 보도에는 고각으로 쐈다는 언급은 있지만 발사를 잠수함에서 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정보당국 또한 이 미사일이 바지선에서 발사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 사거리는 2000km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11일 열린 북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보도 사진. 맨 왼쪽이 북극성-5형, 그 오른쪽이 북극성-1형, 맨 오른쪽 KN-23과 닮은 미사일이 19일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SLBM이다. 연합뉴스

때문에 올해 10월 19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북한이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한 2번째 미사일이 된다. 지난 11일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보도 사진을 보면 북극성 미사일 옆에 기존 KN-23과 비슷하게 생긴 소형 미사일이 포착됐는데, 일주일 남짓 지나서 바로 시험발사한 셈이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에 대해 비행거리 590km, 고도 60km 정도로 탐지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KN-23을 기본으로 해 북한이 여러 차례 시험발사했던 미사일들 성능과 비슷하다. 형태 또한 닮은 점이 많다.

북극성 놔두고 왜 단거리 미사일?…일단은 '자위적 국방력'


SLBM은 기본적으로 전략무기에 속한다. 위치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잠수함 특성상 물 속에 숨어 있다가 선제타격을 가하거나, 선제공격을 받을 경우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탑재한 SLBM은 어느 한 나라가 핵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군도 핵무기는 아니지만 전략자산으로서 SLBM과 이를 탑재할 수 있는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사거리 1천 km를 넘는 북극성 계열 미사일을 개발해 잠수함 시험발사까지 한 상황에서, 이를 놔두고 왜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등장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는 일이 두렵다면 북극성 계열 SLBM을 계속 개발하고 양산하는 일이 앞뒤가 맞기 때문이다.

맨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이른바 '자위적 국방력 강화'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로 KN-23과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하기 시작했지만,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 별다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무기 성능으로 보아도 신포 앞바다에서 동해로 떠난 잠수함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보다는 한국이나 일본을 노릴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선 이른바 '자위 목적 무기'라는 이유를 댈 수 있는 셈이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이중기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위한 압박 카드 성격도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주변국 군비증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잠수함 그 자체?…"기존 잠수함 개조, 수월한 탑재가 목적"

2019년 7월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잠수함을 시찰하는 모습. 로미오급 개조 잠수함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기 어려운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잠수함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이런 일을 벌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잠수함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SLBM 자체 특징과 이로 인해 생기는 한계 때문이다.

미사일이 커지면 잠수함도 커져야 하고, 잠수함이 일정 수준 크기를 넘어가면 재래식이 아니라 핵추진 방식이 필요하다. 핵잠수함이 요구하는 기술적 난이도를 볼 때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이를 공언하긴 했어도 실현하기는 매우 힘들겠다고 보고 있다.

잠수함 장교로 노무현 정부 핵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인 '362 사업'에 참여했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문근식 교수(예비역 해군대령)는 "미사일 크기가 커지면 잠수함 또한 커져야 하는데 경제적 사정 등으로 잠수함까지 대형화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며 "크기를 키우지 않고, 기존에 갖고 있는 이른바 '8.24 영웅함'이나 로미오급 개조 잠수함을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시험발사한 SLBM은 전람회에서 공개된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듯 북극성-1형보다도 작아졌다. 미사일 크기가 작아질수록, 기존 잠수함을 개조해 SLBM을 여러 발 탑재하는 일은 그만큼 수월해진다.

손원일함 인수함장 등을 지낸 최일 예비역 대령은 지난해 11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KIMS Periscope'에 실린 글에서 북한이 2019년 7월 공개한 잠수함에 대해 "북한엔 로미오급 잠수함이 약 20척 있는데 이 가운데 5~10척에는 SLBM을 실제로 탑재, 나머지는 함교탑의 외형만 크게 해서 모양을 같게 만든다면 외형과 소음이 같은 다수 잠수함들에 대한 대응이 매우 힘들어진다"며 "기존의 잠수함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되, 이를 여러 척 만들어 차후 SLBM 여러 발을 동시에 쏴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북한엔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이 1척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로 탄도미사일 잠수함(SSB)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 상대로 대잠전을 치러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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