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이 계약상의 비밀 유지 조항이나 국내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해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와 백악관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불러 화상 회의를 연 뒤 오는 11월 8일까지 고객 명단·재고 현황·증산 계획 등의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미 정부가 고객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업계 관행을 뛰어넘어 사실상 영업 기밀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정보가 미국에 기반을 둔 한국 기업의 경쟁사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문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의 질의에 "그 이후에는 너무 부당하거나 우리 산업에 부담이 되는 자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한구 교섭본부장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수 차례 소통을 하고 있고 실무급에서도 우리의 우려를 다각적으로 전달했다"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미국의 재무장관에게 같은 내용의 우려를 전달하는 등 우리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미국에 전달됐고, 어느 정도 상황 인식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무슨 기준으로 한미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냐"며 "기업들이 그 말을 믿고 있다가 미국 측이 국유화시킬 수 있는 법을 적용하고 나면 책임질 거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특히 "TSMC가 있는 대만의 무역부가 우리 정부에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우리 정부 어떤 사람도 만나주질 않았다고 한다"면서 "국회에도 제출하지 못하는 고객사 매출 정보를 미국이 요구하는데 부당하다고 한 마디 하지도 못하냐"고 주장했다.
문 장관은 "의원님이 걱정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업들과 저희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저희가 여러 국가들과 이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상대로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반도체 관련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여 본부장은 "두 차례 만나 굉장히 장시간 긴밀히 협의했고, 30분 이상 진행한 대외비 내용도 있다"며 "미국 측에서도 한국 정부에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타이 대표를 만났을 때 '부당한(unfair) 요구'라는 표현을 썼느냐는 조 의원의 후속 질문에는 "지금 말씀하신 표현을 사용해서 한국 정부의 우려를 정확하게 전달했다"며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의 반응에 대해 모든 걸 밝히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국장급 반도체 공급망 협의 채널을 구축한 바 있다. 조만간 채널을 재개해서 우리의 우려를 계속 전달하겠다"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그리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