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연구원과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의 발사체 제조 연구소와 기업들이 저마다 연구를 거듭하고 때로는 힘을 합쳐 발사체를 만드는데 30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 지 짐작할 수 있다.
발사체 기술의 핵심은 추진력이고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엔진이다. 누리호에는 총 6개의 엔진이 장착됐다. 1단에 75톤급 추력(추진력)을 내는 엔진 4개가 한 묶음으로 설치돼 있고 2단에 75톤급 1개, 로켓의 최상부인 3단에 7톤급 엔진 1개 등이다.
해외 주요국의 엔진 제작 사례를 보면, 로켓엔진을 추력기준으로 10톤급 → 30톤급 → 75톤급 순으로 단계적으로 개발한다. 우리나라 역시 7톤급 엔진이 먼저 개발됐고 2015년~2018년 시험발사체 제작 때 75톤급 엔진이 제작됐다.
엔진 누적연소시간 18290초…엔진클러터링은 최고난도 기술
개발된 엔진을 하나의 묶음으로 만드는 일체화 또한 발사체의 핵심기술이다. 이른바 '엔진 클러스터링'이다. 클러스터링 기술은 엔진 4기의 정확한 정렬과 균일한 추진력을 내는 것이 관건이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 해결을 위해 정교한 설계와 높은 수준의 지상 시험 수행은 필수다.
여기에 소요된 기술은 다음과 같다. 4기의 엔진이 동시에 분출하는데 따른 초고열 상황을 견뎌낼 단열기술, 엔진간 추력이 불균일할 때 균일하게 해주는 기술, 엔진 4기를 조립,정렬 짐벌링(방향제어)하는 기술 등이다. 21일 발사된 누리호는 종합성능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을 마친 상태다.
또다른 고난도의 기술은 대형 추진제 탱크 제작와 연료가 흘러 들어가는 배관을 만드는 일이다.
누리호 총 중량 200톤의 91.25%인 182.5톤은 연료다. 원통구조인 연료탱크는 발사 중량을 줄이기 위해 가벼운 소재로 만들면서도 수 백톤의 연료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지녀야 한다. 아울러
비행 중 가해지는 관성력과 공력에 의한 하중과 압력에도 끄덕없어야 한다. 발사할 때는 아랫부분에서 추력이 올라오고 바람에 의한 압력도 강하게 받는다.
항우연은 발사중량을 줄일 목적으로 탱크의 소재로 알루미늄을 선택했는데, 1단만 놓고 봐도 높이가 10m, 직경이 3.5m나 되는 거대한 알루미늄 합금 원통이 수백톤의 하중과 관성력 공력까지 견뎌야 한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삼각형 형태의 격자구조로 탱크의 벽을 보강한 것이다.
또한, 추진제와 초고온 가스가 흐르는 배관은 초저온용으로 개발된 스틸을 사용해 –200℃까지도 견딜수 있도록 제작했다. 배관 제작 후 알코올로 배관을 세척할 때 단 0.1㎜ 크기의 이물질도 허용되지 않는다. 연료탱크과 배관 제작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기술이 바로 용접기술이다.
특히, 배관의 직경이 작은데다 배관벽이 얇아 곡선가공이나 용접을 할 때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조선업계의 베테랑 기술자들이 작업에 동원됐다. 그러고도 2018년 11월 시험발사체 발사가 1달 가량 늦어지는 일이 생겼는데 용접공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이었다.
누리호 1,2,3단의 총 기밀 포인트는 2000여곳이다. 단 한 곳이라도 새면 안된다. 특수용접을 한 뒤 한 곳도 빠짐없이 기밀테스트를 거쳐야 발사할 수 있다.
김광수 발사체 구조팀장 "용접 길이만 수백미터"
우주선의 용접공정은 숫자 면에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돔 1개당 금속판 조각수가 10개 내외, 탱크의 몸체인 실린더의 접합, 산화제 탱크의 실린더 5개 등 1,2,3단에 걸친 접합포인트가 1000곳을 넘을 수 밖에 없고 '용접 총연장'은 자그마치 수 백 미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김 팀장은 "발사체를 만드는 작업 가운데 용접 불량 없이 탱크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