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에 SLBM인 북극성-1형, 2019년 10월에 북극성-3형을 수중에서 시험 발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때는 잠수함이 아니라 바지선과 같은 구조물에서의 발사성공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가 잠수함 발사로 확인될 경우 그만큼 이 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쏜 것이 오전 10시 17분경이다. 한미일 3국 정보 수장들이 서울에서 만나 비공개 회동을 갖는 상황이었다. 성 김 미국 북핵 수석대표도 한국을 추후에 다시 방문해 23일 한미협의를 갖고 종전선언 문제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다는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LBM의 시험발사를 한 것은 자체의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동시에 종전선언과 남북미 대화개재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불공정한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북한 입장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한미의 반응도 시험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력 강화 및 미사일 체계 완성을 위한 시험 발사이지만 시기적으로 종전선언과 대회재개 방안 논의와 관련한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와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등 외교 일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협의 등 대북관여와 관련된 외교 일정이 진행되는 상황에 맞춰 무력시위나 담화를 통해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시킨 적이 있다.
지난 9월 11일과 12일 북한의 신형 순항 장거리미사일, 15일 열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는 13일과 14일 일본 도쿄에서의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및 한중외교장관 회담 등 외교 일정과 겹쳤다. 15일에는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국내 군사 일정도 있었다.
북한의 이런 사례는 한미 등 주요국가 간에 대북 관여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에 무력시위나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국방발전무기전람회 연설에서 불공정한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의 철회 등을 강조하며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말했다. 남측을 향해서도 "남조선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SLBM 시험 발사 등 국방력 강화는 북한의 주권행사인 만큼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해 최근 우리와 미·중·일·러 등 주요국들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한편 "향후 북한의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신속하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이 비판하는 '도발'이라는 용어는 피했지만 '깊은 유감'이라는 입장은 표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