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누리호' 기대 부풀고 美·中 극초음파 경쟁 와중에 北 SLBM 추정 발사, 여러 포석 깔린 듯
북한이 SLBM 추정 발사체를 쏘아올린 시점은 여러면에서 절묘했다.
한국은 오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요 군사 강국들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이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을 공표하고, 중국도 지난 8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기이다.
이날은 워싱턴과 서울에서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와 정보수장이 나란히 회동하는 날이기도 했다. 특히 한미간 종전선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와중에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은 북한의 요구와 목소리를 높이려는 외교적 압박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 분위기 냉랭해 질 것 VS 대화 추진력 생길 것··엇갈린 전망 속 靑 의지 확고
북한의 이번 SLBM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단순한 탄도미사일이 아닌 잠수함에 탑재되는 위협적인 발사체였다는 점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엔안보리 차원에서도 SLBM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이 종전선언을 위해 미국을 열심히 설득시키는 와중이었지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냉랭한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SLBM 발사는 상당부문 예견된 것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멈춰진 북미 협상에 오히려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판에 끌려가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꼭 악영향을 끼친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북한에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종전선언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소집한 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최근 우리와 미·중·일·러 등 주요국들 간 활발한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SLBM에 대한 상세한 우려도, '도발'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은 채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종전선언에 대한 정부의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며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반응을 보며 계속 조율해야겠지만, 종전선언 추진은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성 김 미 국무부 대표가 방한해 23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종전선언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해 관련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한미간 논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