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을 거쳤음에도 별다른 컨벤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신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차별화에 나서야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지지가 여전히 두터워 신중함이 요구되고 있다.
송영길 "이재명 당선은 새로운 정권 장출…노무현도 비주류"
올 한 해들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가 일관되게 높게 나타난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답을 한 셈인데, 문제는 이 답변이 '이재명 당선은 정권교체'라는 당내 일각의 시각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 지사는 민주당 입당 후 이른바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대선을 도왔던 정동영 당시 후보는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었고, 이후 당 부대변인 등을 거친 후 야권연대를 통해 성남시장직을 거머쥐었지만 DJ계나 친노, 친문 진영과는 인연이 별로 없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외형상으로는 같은 당 인사 간 정권 재창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 교체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이러한 분석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포함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내일은 오늘보다 낫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며 "김대중 정권 말기에도 정권 교체가 높았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가 당선이 됐다"고 말해 비주류이던 노 전 대통령의 당선도 사실상 정권교체에 가까운 성격이었다고 해석했다.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정권교체이지만 야권 후보가 당선되는 것과 같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의 변화라는 주장인 셈이다.
文대통령 지지율 40%…당심과 민심 모두 거스르지 않는 것이 숙제
송 대표는 이런 부분과 함께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 또한 고려해 이같은 차별화 마케팅에 나섰지만, 표현이 과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은 우려의 지점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4년 6개월차 임에도 여전히 40% 안팎의 고공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자칫 정권교체만을 강조하다가는 당내 경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민주당 지지층이 본선에서 타 정당 후보 지지로 이탈할 수 있다.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던 강성 당원 중 일부는 경선이 끝나자마자 SNS를 통해 이 전 대표와 타 정당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 신당 창당 가능성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유포하기도 했다.
때문에 송 대표도 추미애-윤석열 갈등 당시와 관련해 "우리 문재인 대통령님이 너무 착하시다"라고 표현하는 등 차별화를 언급하면서도 최대한 친문 지지층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후보 또한 그간 경선 과정에서 한반도 프로세스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는 계승해서 더욱 발전시키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친문 지지층을 껴안으려 하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자와의 차별화는 전두환과 같은 군부 출신인 노태우 대통령도 하지 않을 수 없던 필수 과제인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만 원팀을 위한 당내 갈등 봉합과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얻는 일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당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