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돋보인 건 유승민·원희룡 후보였다.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는 핵심 철학과 공약의 구체성을 파고드는 유 후보와 원 후보의 날카로운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하지 못했다.
元 "이명박, 박근혜 수사, 정의냐 보복이냐" 尹 "이 잡듯 뒤진 건 아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명은 이날 부산 MBC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합동 토론회를 열였다.
원희룡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가 강조해 온 '법과 원칙'을 파고 들었다. 원 후보가 "법에 따라서 처리하는 것과 정치 보복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윤 후보는 "'조국 사건', '이재명 아수라 게이트' 등 저절로 드러난 것은 처리해야 되지만 누구를 딱 집어놓고 그 사람 주변을 1년 12달 계속 뒤지고 찾는 것은 정치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것은 저희가 이 잡듯이 막 뒤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원 후보는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보복인가 저절로 드러난 것인가" 물었는데, 잠시 생각하던 윤 후보는 "초기에 제가 알고 있기로는 2008년 박연차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와 검찰 송치 과정에서 진술이 나온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원 후보는 재차 "보복인가 아닌가"를 답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본선까지 내다보고 있는 윤 후보가 가볍게 답하기는 힘든 질문이었다. 윤 후보는 "수사를 안 한 사람이 어찌 이야기하겠느냐"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유 후보는 "슬로우플레이션은 성장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물가는 오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돈이 엄청 풀려 슬로우플레이션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결방안으로 "저는 정말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에 딱 한 가지 필요한 성장정책을 무엇이라 하겠느냐. 저는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질문했다. 윤 후보도 "결국 사람"이라며 유 후보의 견해에 동의했다.
劉 "복지 전달체계 개편해 몇 조원 절약하나?" 洪 "다시 공부하겠다"
원 후보는 홍 후보의 '부산·울산·경남 수소경제' 공약에 대해 물으며 "수소는 무엇으로 만드냐"고 질문을 던졌다. 홍 후보는 당황한 듯 "수소는 H2O 아니냐"라고 답했다. 원 후보는 "H2O는 물"이라며 "물로 만들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지난번에도 원 후보에게 당했는데 이번에도 당했다"며 웃어 넘겼다. 홍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다음 토론 때는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것부터 알아보고 나오겠다"고 말하고, SNS에서는 "수소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야 되는지는 의문이다. 토론할 때마다 꼭 미세한 각론으로 골탕을 먹이는 원희룡 후보를 다음 토론 때 부터는 조심해야겠다"며 계속 마음에 담아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사회복지 재원 마련 방법과 관련된 질문을 홍 후보에게 던졌다. 유 후보는 "지난 금요일 홍 후보와 윤 후보의 맞수토론을 보니, 복지 이야기를 하시며 정부가 쓰던 돈 지출을 줄이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면 돈을 아껴서 복지할 수 있다. 세금 더 안 걷어도 된다는 말에 두 분이 동감하셨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면 몇 조원이나 만들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홍 후보는 "윤석열 후보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에 제가 동의를 했다"거나 "경남지사 시절, 재정 개혁을 해서 고정 비용을 많이 줄이고, 줄인 비용을 복지에 투입해봤다"면서도 대략적인 액수나 비율을 설명하지 못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님이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면 다시 공부하겠다"며 물러섰다.
유승민, 원희룡 후보는 서로에게도 구체적인 정책 검증을 시도했고 물러서지 않았다. 유 후보는 원 후보에게 "지난 3월 인터뷰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두고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는데, 찬성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는데 원 후보는 "찬성한다. 계획을 세워서 예비타당성 등을 거쳐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원 후보는 유 후보에게 "사회서비스 종사자 중에서도 처우 차이가 심하다. 있는 일자리에도 사람들이 안 가려 하는 데 일자리만 늘릴 것이냐"고 지적했고, 유 후보는 "비정규직, 저임금 및 원 후보님 정확하게 지적한 그들 사이의 불공평한 문제를 중앙정부가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살벌한 검증 사이에서도 토론 말미에는 덕담도 오고갔다. 원 후보는 유 후보를 "역시 전문가"라며 추어올렸고, 유 후보도 "갈수록 토론이 뜨거워져서 좋다"며 모두를 칭찬했다. 유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토론 실력이 갈수록 느신다"고 말했고, 윤 후보도 "유승민 후보가 오늘은 정책으로 가장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홍 의원은 "원희룡 후보가 제일 잘했다. 제가 골탕을 먹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