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넷플릭스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 1100만 넷플릭스 구독 가구가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오징어 게임'을 선택해 시청하며 역대 최다 가구 시청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최다 시청 기록은 미국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2020)으로 전 세계 82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지난달 17일 넷플릭스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오징어 게임'은 한국은 물론 브라질, 프랑스, 인도, 터키 등 총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오늘의 톱(Top) 10' 1위에 올랐다. 특히 콘텐츠 강국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개한 비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21일 연속 '오늘의 톱 10' 1위(13일 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 시가총액(8일 기준)은 2596억 달러에서 2800억 달러(한화 약 335조원)로 204억 3천만 달러(약 24조원)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미국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Code Conference) 2021에 참석한 테드 사란도스 최고 책임자는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찌감치 인기를 예상했다.
이러한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익숙한 데스 서바이벌 장르를 구현하면서도 그 안에 한국적인 요소를 집어넣어서 외국인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갔다"며 "그리고 '오징어 게임' 안에 서바이벌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양극화 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묘사도 있기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 공감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 해당 콘텐츠가 영어 아닌 언어로 제작됐음에도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영어권 콘텐츠는 '1인치의 장벽'이라 불리는 자막 사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도 영화 '기생충'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을 당시 "1인치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며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배타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작품을 즐기는 미국 시청자 수가 2019년 이후 71% 늘고, 비영어권 작품을 한 개라도 감상한 미국 넷플릭스 구독자는 전체의 97%에 달하는 등 시청 생태계가 변화 중이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을 기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풍을 이어갈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후속 국내 콘텐츠다.
하재근 평론가는 "과거에는 한국어 작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서도 보듯이 한국어 작품이라 하더라도 잘 만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영어권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굉장히 고무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여건은 마련됐다. 앞으로의 관건은 콘텐츠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