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해 50% 할인하는 우유와 요거트 제품이 가득 들어있었다. 제품을 진열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쇼핑하던 마트 방문객들이 카트 주위로 모여들었다.
"세 개 붙어있는 상품은 얼마에요? 여기서 50% 할인이에요?"
"바나나 우유는 내일까지만 먹으면 이상 없는거죠?"
450g 요거트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정모(50)씨는 "출근 전에 간단하게 요거트로 아침을 대신하는데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싸게 사서 좋다"며 "요즘은 1+1보다는 임박 제품을 더 자주 산다"고 말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시작된 달걀 가격 상승과 유제품 가격 인상 등 식탁 위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만에 3%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3분기 생활필수품 38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4.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두부(16.5%), 햄(11.3%), 식용유(11.2%), 마요네즈(9.3%) 순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달걀(일반란, 30개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가격이 4천928원에서 8천377원으로 3천449원(70.0%) 올랐다.
2분기 대기 3분기에 가격이 크게 오른 상품은 햄(6.5%), 케첩(4.7%), 식용유(3.6%), 라면(3.4%), 참기름(3.1%) 순으로 조사됐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달걀과 가공 식품류의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서민들의 물가에 대한 근심이 덜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어 4분기 생활 물가가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통가의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팔도는 지난 18일 비락식혜를 비롯한 팔도 주요 음료 제품 가격을 다음달부터 평균 8.2%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비락식혜 캔(238ml) 10%, '뽀로로' 페트(PET)는 7.7% 오를 전망이다. 앞서 서울우유와 매일, 남양유업도 유제품 가격을 평균 4~5% 올렸으며 농심과 오뚜기 등 원재료비 상승 압박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6~7% 가량 인상했다.
물가 상승률 목표 1.8% 제시했던 기재부 "3% 상승 가능성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째 2%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기저 요인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 3%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대 물가는 지난 2012년 이후 10년만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목표치를 1.8%로 설정했지만 사실상 지키지 못하게 됐다.
물가 상승은 소비회복 등 수요 측면보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적 측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4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승태 물가정책과장은 "국제유가 상승 폭 확대 등 공급자 측 요인이 장기화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 안정 요인이 더 강화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 가격과 공공요금 안정에 초점을 맞춰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