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주저없이 내렸던 형님, 평소 형님다운 행동이었다"

故 이영곤 원장의 생전 모습. 유가족 제공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이영갑 변호사 (고 이영곤 원장 동생)
 
 
고 이영곤 원장의 동생 이영갑 변호사.

◇김효영>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차량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게 되죠. 그 때 현장을 목격한 분이 의사였는데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고차량 승객을 돕기 위해서 달려갑니다. 다행히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 않아서 돌아오는데 그 순간에 또 다른 차량 한 대가 미끄러지면서 차를 타려고 하는 이 의사분을 덮치게 됩니다. 결국 그 분께서는 숨지게 되는데요. 평생을 환자들과 함께, 환자들을 위해서 봉사해오셨던 분으로 알려지면서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시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던 고 이영곤 원장의 이야기인데요. 고인의 동생분이십니다. 부산에서 변호사업을 하고 계신 이영갑 변호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영갑> 반갑습니다.
 
◇김효영>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고요. 어디에다 모셨습니까?
 
◆이영갑> 고향 선영에 부모님 바로 밑에 같이 모셨습니다.
 
◇김효영> 고향은 어디신가요?
 
◆이영갑> 사천시 정동면 소곡리라는 시골마을이죠.
 
◇김효영> 형제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영갑> 네. 저희 9남매입니다. 남자가 5명, 여자가 4명. 5남4녀입니다. 위에 제일 큰 형님이 계시고 그리고 누나 네 분이 있고 그리고 남자 형제 네 명이 있습니다.
 
◇김효영> 그러면 이 원장님은 몇째셨습니까?
 
◆이영갑> 제가 막내고요. 돌아가신 형님이 일곱 번째입니다.
 
◇김효영> 사고가 난게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였어요.  
 
◆이영갑> 그날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형수님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받고는 정말 그게 사실이 아닌 것 같았고요. 하늘이 무너진다는 느낌이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진주로 가야 되는데 제가 몸이 떨려서 운전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들보고 운전을 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진주로 갔습니다.
 
◇김효영> 그러셨군요.
 
◆이영갑> 지난 9월 초에 형님과 같이 벌초를 했습니다. 우리 가족묘지 조성해놓은 거기에. 사실 부모님 묘 뿐만 아니라 저희들이 들어갈 자리도 다 마련되어 있고 거기에 비석까지 다 있습니다. 제 자리도 있습니다. 거기에 벌초를 같이 하면서 이 자리가 괜찮다. 혹시 우리들 무슨 일이 있으면 다 여기에 같이 있자. 그런 말도 했습니다. 본인이 벌초한 그 자리에 이번에 가게 된 것이죠.
 
◇김효영> 아…. 사고 이야기로 돌아가서.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비도 많이 오는 날. 고속도로 사고 현장을 목격했을 때 내가 내려서 저분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는게 참 쉽지 않거든요. 사고를 목격했을 경우에, 대신 신고해주는 정도가 되겠죠. 사고당시 형님의 행동을 확인해 보셨죠?
 
◆이영갑> CCTV와 블랙박스로 사고현장을 보면서 '아, 정말 형님은 당연히 저렇게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바로 앞에 앞에 가던 차가 아마 빗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상황인데 그 상황에서 우리 보통사람은 그냥 지나가겠지만 형님이니까, 형님이 평소에 보이던 성품이라면 당연히 정차해서 혹시 많이 다쳤는가 확인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게 아마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효영> 블랙박스를 보셨을 때, 형님의 행동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으시던가요?
 
◆이영갑> 바로 정차하더라고요.
 
◇김효영> 사고를 보자마자.
 
◆이영갑> 네.

 
◇김효영> 이 원장님의 유족은 어떻게 됩니까?
 
◆이영갑> 형수님 계시고요. 딸 하나, 아들 하나. 이렇게 있고 딸은 결혼해서 외손녀 하나 있습니다. 이제 3살 됐는데.
 
◇김효영> 참 예쁠 때네요.
 
◆이영갑> 그리고 조카는 아직 결혼을 안했고.
 
◇김효영> 미혼의 아들도 있고. 올해 연세가 61로 언론에 보도가 되었죠?
 
◆이영갑> 59년생 돼지띠니까 우리 나이로는 63세죠.  
 
◇김효영> 진주에서 계속 병원을 해 오신겁니까?
 
◆이영갑> 형님이 의과대학을 갈 때 그 당시에 보건사회부 장학금을 받았거든요. 그 장학금 조건이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에 무의촌이나 공공의료기관에 5년간 근무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형님이 군의관을 마치고 나서 진주의료원에 5년간 근무를 하게 되었고요. 그 인연으로 해서 의료원 근처에 개원을 했던 것이죠. 그게 벌써 25년쯤 되나요? 그정도 된 것 같네요.
 
◇김효영> 그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보사부 장학금을 받으셨겠군요 .
 
◆이영갑> 저희 9남매이다보니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웠고요. 저희 부모님이 농사만 지었는데 농사도 조그마한 규모였기 때문에 겨우 먹고 사는 정도였고 교육은 별로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제 형은 그냥 자기 능력껏, 장학금받아서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김효영> 이 원장님께서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에게 무료진료도 많이 해오셨고 후배들을 위해서 장학금 지원도 많이 해오셨고 또 20년 넘게 진주교도소를 찾아가서 재소자들도 진료를 해주고. 이런 봉사활동들을 많이해오셨어요.  
 
◆이영갑> 진주교도소는 매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3번씩 간다고 들었습니다. 점심을 따로 먹을 시간이 없어서 주먹밥이나 빵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고 왔다갔다했고요. 진주교도소가 결핵환자를 그쪽에 다 수용하는 교도소입니다. 그래서 결핵환자를 주로 많이 봤죠.  

◇김효영> 평소에도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군요.  
 
◆이영갑> 주위에 항상 배려하거나 하고 또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하고 그런 성품이었고.  집안의 대소사라든지 이러면 솔선수범해서 먼저 다 일을 하고 이런 성품이었고요. 본인은 많이 베푸는 그런 성격은 맞습니다.
 
◇김효영> 평소에 자주 하셨던 말씀은 기억 나는게 없으세요?
 
◆이영갑> 속 깊은 얘기는 잘 하지 않고요. 그냥 행동으로 보이죠.
 
◇김효영> 좀 무뚝뚝하셨군요.
 
◆이영갑> 저희 성격이 좀 다 그렇습니다.
   
◇김효영> 형님 병원은 규모가 큰 병원입니까?
 
◆이영갑> 그냥 간호사 두 명 있는 조그마한 내과의원이죠. 형님이 진주의료원 내과1과장을 5년했으니까요. 그때 오시는 분들이 저소득층 어르신분들이 많았고요. 시골에 있는 어르신들, 이런 분들이 많이 왔습니다. 독립해서 개원을 했더니 그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환자로 찾아왔고요. 그러다보니까 오시는 환자분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이고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고 그랬습니다.
 
◇김효영> 환자분들께 친절하게 잘 해주셨겠죠. 그러니까 다시 찾아오셨겠죠.  
 
◆이영갑> 제가 몇 년 전에 형님병원에 한번 갔었는데요. 가서 대기실에 앉아서 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꽤 기다리고 계시고 그분들에게 진료실에서 말이 들리는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보통 어르신들은 의사가 좀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아하시잖아요. 아마 그런 점에서 좀 좋아했었던 것 같고 제가 듣기로는 그중에 형편이 영 어려운 분들에게는 진료비도 좀 안 받기도 하고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김효영> 이번에 빈소에 환자분들도 많이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영갑> 네. 유족이 잘 모르는 분, 할머니들이 오셨던 것 같습니다.
 
◇김효영> 오셔서 뭐라고 하셨어요?
 
◆이영갑> 원장님 아깝다고. 너무 빨리 가서 아깝다. 좋으신 분이었는데 억울하다.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김효영> 그래요. 지금 병원에 어떻게 됩니까? 원장님께서 안 계시니까.
 
◆이영갑> 바로 일단 문은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누가 그걸 인수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근무하던 간호사 두 분은 9월 말부로 퇴직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김효영> 지금 진주시가 고 이영곤 원장님에 대해서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영갑> 본인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유족에게는 그래도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는 것도 같아요.
 
◇김효영> 그렇죠. 요즘 많이들 각박한 세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원장님께서 보여주셨던, 정말 거침없이, 주저없이 달려나가서 누군가를 도와야 되겠다고 나선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아마 큰 울림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형님께 남기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오늘 한번 해보시죠. 형제들이 무뚝뚝하셔서 말씀 많이 못하셨을 것 같은데.
 
◆이영갑> 네. 형님의 성품으로 보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인데도 형님이니까, 그 성품이니까 주저 없이 내렸던 것 같고 본인이 갓길에 정차하는 게 위험하다는 걸 왜 몰랐겠습니까.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본받을만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저도 변호사로서, 형님 본받아서 사회에 봉사하고 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생각이고요. 형님한테 사랑한다는 얘길 못했는데…사랑합니다 형님.(울먹임)
 
◇김효영> 네… 처음 해보신 거예요? 사랑한다는 말씀을?
 
◆이영갑> 네.
 
◇김효영> 동생분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리라 저도 생각을 합니다. 형님의 희생이 널리 공유되고, 기념되길 저희도 바랍니다. 힘드신 와중에 인터뷰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영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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