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14일 기각됐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는 상황이지만, 성남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미진한 수사진행으로 김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김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자(김만배)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특가법상 배임과 뇌물공여, 횡령이다. 민간에 유리하게 대장동 사업을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1천억원이 넘는 손해를 입히고, 이를 공모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실제 5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에게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은 대가로 화천대유 직원인 곽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는 범행 규모를 수천억원대로 적시했지만 이번 영장에선 최소 1100억원대로 특정하며 구체화했다.
그러나 앞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뇌물이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라고 봤던 것과 달리 이번 김씨 구속영장에서는 '현금 5억원'이라고 적시해 사실관계 면에서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700억원 지급 약정'에 대한 증거는 대장동 사업 주요 참여자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에 대부분 근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녹취파일을 틀려 했지만 재판부가 거부하기도 했다.
곽 의원 아들에게 건넨 50억원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곽 의원이 화천대유 측에 어떤 편의를 제공했는지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게 김씨 측 입장이다.
대장동 의혹을 규명할 중심 인물인 김씨의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을 두고 검찰이 그간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하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성급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당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대장동 관련 고발들을 접수하고 사건을 배당하며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대장동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자였던 성남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는 등 부실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