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을 위한 역할론에는 입을 다문 채 결선투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당대표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당장 민주당 내 원팀 회복은 험로가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다.
득표율 재집계를 통한 결선투표 요구 논란 나흘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고, 전날 경선 결과 승복과 화해의 뜻을 전한 만큼 향후 역할에 대한 메시지 여부에 관심이 모였지만 그런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현역 의원들을 비롯해 캠프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른 이 전 대표는 "여러분은 제게 과분한 사람이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 후 지지자들에게 "국민과 당원 앞에 겸손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지층에 대한 부탁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경선 과정에서 여러분과 생각을 달리했던 분들께도 똑같은 말씀을 드린다"며 "겸손해야 한다. 국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발견하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오만"이라고 언급했다.
특정 인물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을 달리했던 분들", "여러분 가운데는 그런 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표현으로 볼 때 이재명 후보와 그 지지층, 송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동지들에게 상처주지 마셔야 한다"며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 내 가지고 유린하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제가 무슨 말이든 하면 또 그것이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이상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나 언론에는 바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동지"라고 부르며 "어디선가 계속 만나서 의견을 나눠주시기 바란다. 간간히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 후 취재진과 만났지만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낀 채 승용차로 향했다.
취재진이 이 전 대표의 뒤를 따라 움직이며 향후 당 대선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뜻이 있는지, 자신의 지지층이 경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송 대표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일베'에 비유한 일은 어떻게 보는지 등을 질문했지만 굳게 다문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일주일가량 공식 일정 없이 가족들과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