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최우수 선수(MVP)는 누가 될까.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정규 리그 MVP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당초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의 강력한 MVP 후보는 kt 강백호(22)였다. 전반기 75경기 타율 3할9푼5리의 맹타를 휘두른 강백호는 kt의 1위 질주를 이끈 주역이었다. 여기에 107안타, 출루율 4할9푼2리로 타격 3개 부문에서 1위를 달렸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강백호는 주춤한 모양새다. 53경기째를 치른 후반기에서 강백호는 타율 2할8푼7리(188타수 54안타)에 머물러 있다. 전반기보다 1할 이상 떨어진 수치다.
이런 가운데 키움 이정후(23)가 타격 1위를 빼앗았다. 이정후는 후반기 타율 4할4리(114타수 46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시즌 타율 3할6푼1리로 3할5푼1리의 강백호에 앞서 있다.
강백호는 안타에서도 161개로 172개의 롯데 전준우에 9개 차로 뒤져 있다. 출루율에서만 4할5푼6리로 LG 홍창기(4할4푼8리)에 앞선 1위다. 출루율 타이틀 1개로는 MVP가 되기 쉽지 않다.
여기에 kt도 최근 2연패를 당하며 1위 수성에 노란 불이 켜졌다. 2연승을 달린 삼성에 1.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정규 시즌 우승 프리미엄마저 없어진다면 MVP는 더욱 요원하다.
전통적으로 MVP로 가는 지름길이던 홈런왕도 썩 성에 차지 않는다. NC 나성범과 SSG 최정이 31개로 공동 1위인데 40개를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타격 8개 부문에서 NC 양의지만이 타점(101개)과 장타율(5할8푼5리) 등 2개 부문 1위인데 임팩트가 크지 않은 데다 팀도 가을야구에 나설지 미지수다.
투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시즌 MVP를 세 번이나 투수가 차지했지만 올해는 타자를 압도할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두산 좌완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평균자책점(ERA) 2.38, 탈삼진 211개로 1위를 달리고는 있다. 그러나 다승에서 13승으로 공동 4위에 머물러 있다. 13일 kt전 6이닝 7탈삼진 3실점, 7일 롯데전 6이닝 10탈삼진 1실점에도 승리를 얻지 못한 불운이 아쉬웠다.
홈런왕처럼 다승왕은 MVP의 강력한 기준이 된다. 최근 투수 MVP는 모두 다승왕이었고 20승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올 시즌 다승왕은 20승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란다가 우승 프리미엄 없이 MVP가 되려면 트리플 크라운은 해야 하지만 다승 1위 그룹(15승)에 2승 차로 뒤져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도 MVP 후보로 꼽힌다. 1982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불혹인 오승환은 13일 KIA전에서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종전 손승락(은퇴)의 2013년 당시 31세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오승환은 2006년(47세이브), 2007년(40세이브), 2011년(47세이브)에 이어 10년 만에 4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위 롯데 김원중(31개)과 차이가 커 통산 6번째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삼성도 1위 kt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역전 우승을 이룬다면 오승환의 MVP 등극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게 된다.
다만 역대 투수 MVP 중에서 전문 마무리는 없었다는 점이 걸린다. 1996년 MVP 구대성(당시 한화)이 24세이브(2위)를 올렸지만 다승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전천후로 활약했다. 구대성 외에 투수 MVP는 모두 선발 투수였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1~5위까지 순위를 알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순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순위 싸움만큼 안갯속인 시즌 MVP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