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신도시 내 아파트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임원이 지난해까지는 공모를 낸 공기업의 임원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신도시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인천시가 감사에 나섰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인천시는 필요하면 수사의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감사 결과가 주목된다.
인천도시공사 임원 퇴임 직후 건설업체 부장으로 취업…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2단계 공공주택용지 가운데 한 곳인 AA29BL 공구의 시행사로 선정된 A컨소시엄에 지난해 퇴임한 인천도시공사 임원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인천시가 감사하는 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A컨소시엄 주관업체에 지난해 말까지 인천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을 지낸 B씨가 부장으로 취업한 것의 위법 여부다.
B씨는 지난해 11월 인천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A업체의 공공개발사업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를 두고 A씨가 '고위공무원(고위공무원단) 등은 퇴직 이후 3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큰 회사의 취업을 제한하며, 이 기간 제한대상 회사에 취업하려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취업 당시 사전승인없이 업무 관련성이 큰 건설회사에 취업하면서 검단신도시 주택용지 공모사업에 영향력을 끼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공사는 A씨의 '개인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원 재직 당시에는 취업업체 향응 문제 무마 의혹도
또 B씨는 앞서 2019년에는 인천 남동구 '구월 A3BL 장기공공임대 및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주도했는데, 해당 사업을 수주한 게 A업체였다. 이 사업은 인천 구월공공주택지구 A3블럭 3만2107㎡ 부지에 전용면적 26~45㎡의 행복주택 745가구와 영구 임대주택 355가구 등 총 1109가구와 인현동 및 화수동, 만수동에 소규모 임대주택 7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인천도시공사가 A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향응 의혹이 불거졌다. A업체는 2019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도시공사 평가위원 등에게 1명당 5만 7천 원의 향응을 제공했다.
당시 도시공사가 이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는 A업체의 향응으로 공공주택건설사업 공모와 관련한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해당사업을 총괄한 B씨가 이후 A업체에 입사하면서 이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 공사 담당자와 응모업체 임원 골프 회동 의혹
인천시 감사실은 이 밖에도 인천도시공사가 A컨소시엄을 AA29BL 공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전 도시공사 직원과 A컨소시엄 참여업체 임원이 골프 회동을 하는 등 사전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 의혹은 인천도시공사가 검단신도시 AA29BL 입찰 공고를 낸지 나흘 뒤인 올해 6월2일 A컨소시엄 참여업체 임원 C씨와 이 공모 담당 직원 등 4명이 골프 회동을 했다는 것이다.
골프회동 이후 A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업체은 유착 의혹이 있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입찰 공고 후 공사 직원과 응모업체 관계자 간 사전접촉은 심사 규정상 감점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AA29B 공구 개발사업은 공고 전부터 개발 이익이 큰 사업으로 업계의 관심이 높았다. 검단신도시에 예정된 마지막 개발사업이기도 했다. 검단신도시 AA29B 공구 4만 5342㎡ 터에 785세대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급가격도 1276억 원에 이른다. 예상 개발이익도 1천억 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돼 치열한 입찰경쟁이 펼쳐졌다.
인천도시공사 측은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사실무근'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경쟁업체는 감사실 또는 수사기관 등의 조사를 통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인천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하다면 수사의뢰도 검토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2일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자 ""해당 사실이 알려진 뒤, 시 감사실에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공식 절차를 거친 뒤 수사의뢰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