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이빨, 공포스러운 외형에 사람의 뇌를 섭취하며 살아가는 외계 생명체. 그러나 에디라는 숙주이자 파트너를 만나 '나쁜 사람'의 뇌만 먹기로 한 베놈.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빌런 히어로'의 탄생을 알렸던 '베놈'이 최악의 빌런과 함께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 돌아왔다. 관객들과는 여전히 애매한 경계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일도 사랑도 떠나간 에디 브록(톰 하디)은 사람의 머리, 정확히는 뇌를 먹고 싶어 하는 난폭한 베놈(톰 하디)과 7년째 공존 중이다.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나름대로 규칙을 세우고 살고 있지만 둘의 입장은 시시각각 부딪히며 한계에 이른다.
결국 에디와 베놈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베놈이 에디를 떠나 방황하는 사이, '베놈'에서 쿠키 영상으로 등장했던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가 사상 최악의 빌런 카니지(우디 해럴슨)가 되어 나타난다.
먼저 요약하자면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감독 앤디 서키스)는 보다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는 분기점을 맞이한 베놈과 에디의 관계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베놈 2'는 베놈과 에디 사이의 진정한 공존을 가로막던 경계가 사라지고, 둘이 진정으로 서로의 모습과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최강 빌런의 등장을 앞두고 베놈과 에디는 계속되는 의견 차이에 다툼을 이어가고 결국 각자의 자유를 위해 갈라진다. 그러나 둘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다. 결국은 베놈과 에디는 카니지의 등장과 이로 인한 위협을 헤쳐나가며 보다 끈적끈적한 관계로 나아간다.
둘에게 필요한 건 '부부 상담'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담은 대사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베놈과 에디 사이 다툼과 위기는 단순히 숙주와 심비오트의 관계를 넘어 더욱 가까운 존재로 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관계를 벗어나 각자가 서로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서로를 마주하고 속에 그저 꾹 눌러 담아 왔던 마음을 터트리면서 진정한 유대 관계로 나아간다.
이처럼 건강한 관계로의 재설정이 가능했던 건 '베놈 2'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한 '사랑' 덕이 크다. 카니지로 대표되는 비뚤어진 사랑의 결과물은 빌런이 가진 이름 뜻 그대로 '대학살'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랑은 베놈과 에디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랑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페닐에틸아민을 먹이로 하는 베놈. 이 외계생명체와 에디의 관계는 보다 넓은 의미의 사랑에 속한다. 시작은 화학 작용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정신적인 부분이 더 커진 듯한 베놈과 에디의 관계 말이다.
문제는 카니지라는 사상 최악의 빌런이 등장하지만, 베놈의 방황과 에디와의 관계 재구축이라는 서사에 초점이 더 맞춰지면서 카니지가 가진 캐릭터성이 약해진다는 데 있다.
캐릭터성의 문제는 이미 전작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베놈은 공포스러운 외형과 파괴적인 힘이 특징적인 캐릭터인데, 전작에서 베놈은 히어로와 안티 히어로 사이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결국 어정쩡한 위치에 놓인 채로 끝났다. 베놈의 외형만큼이나 베놈의 액션 스타일은 거칠고 잔인한 면모가 있는데, '데드풀' 시리즈처럼 청불 안에서 화끈하게 캐릭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15세라는 틀에 갇혀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베놈'에 이어 '베놈 2'에서도 캐릭터가 가진 장점이 빛을 보지 못한다는 약점은 여전하다. 이러한 약점, 그리고 어째서 카니지가 최악의 빌런인지에 대한 설득력 부족 등으로 인해 영화는 애매하게 재밌는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약점 가운데서도 베놈과 에디 사이 티키타카와 특유의 유머는 '베놈 2'에서도 이어진다. 베놈과 에디 사이 절절하기까지 한 다툼만큼 티키타카는 더욱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유머만큼 연출에 있어서도 돋보이는 지점이 존재한다. 영화 중간 마치 고딕 스타일을 연상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클리스터의 과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쿠키가 등장하는데, 본편만큼 혹은 본편보다 강력한 쿠키 영상이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하는 것 같아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97분 상영, 10월 13일 개봉, 쿠키 있음,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