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도 당무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기존 특별 당규에 대한 개정 필요성과 함께 문제의식 또한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어 갈등봉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민주 당무위, 격론 끝 '중도사퇴 후보 득표는 무효' 선관위 결정 추인
당대표, 최고위원, 국회부의장, 전국 시도당위원장, 당 소속 시 도지사 등 76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당무위는 12일 오후 회의를 열었다.중도 사퇴 후보가 득표한 표를 무효처리하는 것은 특별당규에 부합한 해석이 아니라는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에 대한 유권해석을 위해서다.
이 전 대표 측은 사퇴 후보들이 사퇴 전에 받은 표를 유효표로 계산할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50.29%에서 49.32%로 낮아진다고 주장해왔다.
이재명 후보 측과 이 전 대표 측을 포함해 14명이 토론에 나서서 각각 기존 입장의 수용과 이의 수용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존 결정 추인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이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대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낙연 "당무위 결정 존중…포용해야" 이재명 "이낙연은 당의 자랑…동지들 같이 뛰자"
이 전 대표는 당무위 결정 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대통령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당무위 결정은 존중한다. 대통령 후보 경선결과를 수용한다"며 이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그러면서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고 지지해 주신 모든 분께 눈물 나도록 고맙고 미안하다"며 "민주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아울러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민주당의 위기이다. 위기 앞에 서로를 포용하고 그 힘으로 승리했던 것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도 당부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입장에 대해 "존경하는 이낙연 후보님께서도 흔쾌히 함께 해주시기로 하셨다. 대의를 위해 결단 내려주신 이낙연 후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낙연 후보님께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오신 우리 당의 자랑"이라며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 길을 찾고 능선을 넘어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고 강조했다.
당원들을 향해서는 "경선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으신 줄 안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동지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며 "경선을 치르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것들은 다 털어 버리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을 위해 다 같이 주인공이 되어 뛰자"고 당부에 나섰다.
문제있는 현행 당규·이낙연측 서운케 한 당대표…갈등 봉합 '험난'
이 전 대표와 이 후보의 이같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갈등 봉합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우선 현행 특별당규가 이번과 같은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
득표율과 결선투표 관련 해석 조항인 특별당규 59조, 60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당무위를 비롯해 당 지도부도 인식을 같이 했고, 추후 개정에 나서겠다고도 밝혔지만, 이번 건에 대한 결정에 하자가 있다는 점은 돌이킬 수 없다.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을 비롯해 당내 강성 지지층 일부는 이미 경선결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소송인단 모집을 시작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친문 지지층 일부는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이 후보 지명 축하를 담은 청와대의 공식 SNS 메시지를 맹비난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논란 과정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는 이 전 대표 측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채 선관위 결정만을 고집한 것도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후보 간 민감한 사항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만큼 한 걸음 물러서서 중도적 입장을 견지했어야 할 당대표가 그렇지 않으면서 이 후보를 지나치게 비호한 것으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같이 고생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며 "이 전 대표에게 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한다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으면 한다. 바로 원팀 기조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무위 수용 입장을 발표하며 강원도로 이동, 한동안 그 곳에서 머물 것으로 전해져 이 후보나 송 대표와의 회동 또한 근시일 내에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