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고 존엄'으로까지 여겨지는 최고지도자의 얼굴을 그려 넣은 티셔츠의 공개는 북한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과감한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가 12일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영상을 보면, 행사 개막식에서 북한의 애국가를 지휘한 지휘자는 김 위원장의 얼굴이 흑백으로 그려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북한에서도 한반도 지도나 북한 국기 등 국가 상징을 그려놓은 체육복이나 티셔츠 등은 그동안에도 공개된 적이 많았다. 북한 주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4월 25일 '국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기사에서 국기 등 국가상징을 활용한 운동복과 체육복을 생산하는 '만경대체육복장제작소'를 소개한 적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얼굴을 직접 그려 넣은 티셔츠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쿠바혁명을 상징하는, 북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체 게바라의 티셔츠처럼 서구의 유행을 따라 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 티셔츠'의 유래가 어떠하든 화재나 수해 현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최고존엄의 초상화를 건지려고 목숨을 던졌다는 미담을 선전하고 장려했던 북한이고 보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군 관련 행사로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티셔츠와 함께 김 위원장이 당정군의 주요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양복 정장 차림의 김 위원장이 국방력을 과시하는 각종 첨단무기를 뒤로 하고 최룡해 상임위원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었다.
두 장면 모두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김 위원장의 친근한 이미지, 포용적 리더십 등을 대내외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가 서구의 유행을 따라한 것 일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기본적으로 선전선동의 효과가 있다면 정치적 명분이 훼손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과감하게 시도한다는 북한의 실용적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아이들을 안아주는 그 동안의 스킨십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전람회 개막식 사전 행사에 참석한 인민군 장병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무기개발에 공헌한 인사들에게 최고훈장인 김일성·김정일 훈장부터 노력영웅 칭호, 김일성 주석 이름이 새겨진 시계 표창, 금메달을 수여하는 등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은 인민군 대원 중에는 파란색 전신 타이츠 차림으로 주변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생소한 복장의 대원도 포함되어 있어, 해외 SNS 상에서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 대원의 신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온라인상에서는 '로켓맨' 등 다양한 추정이 나오기도 했으나, 무기 전람회 사전행사에 참가한 낙하산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