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민대 총학생회·총동문회·교육부 등은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하라며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지난 8일 국민대 총학생회는 '김씨 박사학위 논문 의혹 조사를 위한 공동대응' 안건에 대해 학생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94.4%(5609명)로 압도적 찬성 의견이 나와 조만간 김씨 논문 의혹 조사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또한 지난 12일 국민대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학위 논문 연구부정 의혹 검증에 대한 실질적 조치계획을 다시 요청해 재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날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 조치에는 예비조사의 과정과 규정에 대한 재검토 계획만 있고 결과에 대한 실질적 조치 계획이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대위원 출신인 H교수를 주축으로 한 교수회는 '비대응' 쪽으로 여론이 수렴될 분위기다. 반대파 의원들은 H교수의 독단적인 '룰' 변경이 교수들 의견 수렴을 한 방향으로 유도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교수 모임에서만 여론 수렴 어려워 왜?
국민대는 교수 모임인 교수회에서만 여전히 여론을 수렴하지 못해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교수 회장단이 투표 의결 기준을 변경해 결과를 뒤집는 등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의견 표명을 뭉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그러나 투표 마감 6시간 전인 지난 8일 오후 12시 교수회는 "회칙에 따라 과반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는 대안을 최종 대안으로 선택하게 됐다"며 의결 기준을 변경했다.
변경된 기준에 따라 결과적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 대안이 나오지 않아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은 "한 차례 바뀐 기준으로 인해 결과까지 뒤바뀌었다"며 "투표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국민대 교수회가 공지한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행위 관련 '교수회 총투표 결과'에 따르면 '적극 대응'이 가장 많은 114표(38.6%)를 얻었지만 '투표자 2/3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 다만 3분의 2 참석, 최다 득표 대안인 기존 기준을 적용했을 때에는 '적극 대응'을 최종 대응 방안으로 채택해야 하는 결과가 나온다.
이에 교수회에서는 '적극대응'과 '비대응'을 두고 결선투표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13일 오후 6시 마감될 예정이며 어느 한 쪽이 3분의 2 이상 득표를 하지 않으면 안건 자체가 폐기된다.
일부 교수회 교수들 "투표 중간에 룰을 바꾸는 건 적절하지 않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교수회 A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게임의 룰이 있는데 '룰을 이렇게 정합시다' 하고서 경기 끝날 때 쯤 바꾸는 격이다"며 "설사 옳은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그는 "결선 투표를 한다는 것도 기존에 정해진 게 아니다"며 "과반수 득표를 못 얻으면 결선투표를 간다는 규칙이 기존에 있었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번 경우는 투표 과정 중에 규칙이 바뀌게 되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결선 투표를 하더라도 두 번째 투표다 보니, 동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이전 투표 결과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B교수 또한 "투표 과정에서 규칙을 회장단 선에서 바꾸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다"며 "규정집은 있는데 자의적으로 운영하던데서 문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교수회장인 H 교수는 CBS노컷뉴스에 "중간에 규칙을 바꾼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은 수용한다"면서도 "어떠한 결과를 바라고 의도적으로 규칙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규정집에 규정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다중 다수결 원칙을 설정해 하자고 제안했지만, 뒤늦게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규정과 다른 기준을 선택하게 되면 본 안은 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준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중 다수결을 적용하는데 그때 기준이 3분의 2라 처음에 그렇게 제안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어 그러한 기준을 적용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논문으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일부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 소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