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양모 전무, 정영학 회계사 추천으로 입사…퇴직금 30억+@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 양모씨(전무, 현재 퇴사)는 정 회계사가 직접 끌어들인 인물로 파악됐다. 앞서 용인 동천지구 개발사업에서 양씨는 실무자로, 정 회계사는 자문역으로 참여했는데 당시 양씨를 눈 여겨 본 정 회계사가 이후 화천대유에 소개한 것이다.양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동천 도시개발사업 당시 모 회계법인 소속이었던 정 회계사가 세무 자문 역할을 했고, 저는 시행사의 부장이었다. 그때 인연을 맺었다"며 "동천 도시개발 사업이 끝나고 쉬고 있을 때 '나중에 공모가 당선이 되면 와서 일 좀 해달라'고 소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하고 제 밑에 있던 직원이 함께 왔다"며 "2015년 3월 말에 당시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뒤 6월쯤 화천대유에 합류를 했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최근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30억원 플러스 알파를 받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도 정 회계사의 핵심 측근 김모씨(회계사)가 등장한다. 김씨는 이전에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김씨는 당시에도 정 회계사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입사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의 별동대라고 불리는 '전략사업팀'의 팀장으로 일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를 담당했다.
이를 두고 정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축인 '민' 화천대유와 '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아우르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양쪽으로부터 사업 내용을 수시로 보고 받으면서 비정상적인 수익 배분 등 설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민간개발부터 몸담은 정영학, 대장동 멤버 중 가장 먼저 '투입'
대장동 개발 사업은 결국 '민관합작'으로 진행됐지만, 2009~2010년 민간 단독개발을 추진하던 인물들이 그대로 들어왔다. 정 회계사는 민간개발 시기부터 대장동 사업에 몸담은 토박이 중 하나로, '대장동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핵심 인물들 대부분을 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남욱 변호사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 전 기획본부장을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인물로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현재 언급되는 대장동 멤버 중 가장 먼저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 회계사였다. 정 회계사는 2008년 무렵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 씨세븐에 합류하며 발을 들였다. 남 변호사와 김씨는 뒤이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 및 개발사업에 특화된 회계사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계 자문에 따라 감면 세액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도시정비 사업 같은 경우에는 그 금액이 천문학적"이라며 "당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정 회계사 뿐이었다. 정 회계사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2005년~2010년 관련 수익을 독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여러 도시개발 사업 현장에서 자문 등을 맡으며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2009년 10월 씨세븐의 대표 이모씨에게 남 변호사를 처음 소개한 이도 정 회계사다. 판결문에 따르면 포항 석산 개발 사업을 하다가 남 변호사를 알게 된 정 회계사는 공영개발 추진 소식에 속앓이를 하던 이씨에게 "남 변호사가 한나라당 청년부위원장이고,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정모 의원 보좌진과도 친분이 있으니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려는 LH 공사 등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개했다.
당시 자금이 필요했던 이씨에게 부산저축은행장의 친인척인 조모씨를 소개한 이도 정 회계사다. 부동산 관련 업체를 운영하던 조씨의 회계 업무를 봐주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씨는 조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약 1000억원 등 총 1805억원의 브릿지 자금을 대출 받는다. 조씨는 이후 민관개발로 바뀌었을 때 화천대유 초기 투자금 유치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정 회계사는 사업에 필요한 각종 인물을 섭외했을 뿐 아니라 성남의뜰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 지분을 확보하는 것과 7% 지분에 불과한 화천대유 등이 초과 이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 등도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내부 관계자 A씨는 "정씨는 몇 수 앞을 내다봤던 인물"이라며 "무슨 일을 해서 무엇을 얻어와야 하는지 지시했다. 2009년 민간개발은 물론 2015년 민관개발에서도 구조를 만든 사람"이라고 밝혔다.
2015년 대장동 수사 때 핵심 증거도 정영학이 제출…녹취록 의구심 시각도
일부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들은 2015년 수원지검의 대장동 비리사건 수사 등 과거 전력에 비춰 최근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당시 상황에서 정 회계사가 보여 준 행동과 지금의 처신이 매우 닮았다는 것이다.한 관계자는 "정 회계사의 스타일이 본인이 사업을 하더라도 앞에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앞세운다"며 "2015년 검찰 조사 때도 수첩을 뺏겼는데,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남 변호사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정 회계사가 수첩에 작성한 메모가 주요 증거로 작용했다. 해당 수첩에는 "횡령의 공범→방법 없음", "변호사 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 등의 내용이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당시 9명을 기소했는데, 정 회계사는 형사처벌을 피했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27일 대장동 사건 관계자 중 가장 먼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2019~2020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유 전 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 녹취파일 19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 회계사가 검찰 수사에서 주범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녹취록을 작성했으며 검찰에 먼저 제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도피 의혹을 받는 남 변호사는 전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성남도시개발 유동규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의사결정권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 지분의 절반이 유동규 거다'라는 녹취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 진위가 어떤지는 김만배 회장이랑 유동규 본부장 두 분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