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본경선 4강에 오른 대선주자들은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무효표 처리에 따른 결선투표 여부를 놓고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반발하면서 여권은 내홍에 빠진 상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리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경선 불복 등 분열 추세가 이어져 실제 대선에서 여권 표심이 갈라질 경우, 현재 4강에 오른 후보 중 누가 야권 대선후보로 나서든 승산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상 양자대결에서도 야권 후보들과 이 지사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12일 발표한 결과(데일리안 의뢰, 지난 11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와 가상 양자 대결에서 홍준표 의원(49.0%)은 이 후보(36.8%)를 12%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윤석열 후보(46.3%)도 이 후보(37.3%)를 9%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원희룡 후보(39.9%)는 이 후보(40.1%)에게 0.2%포인트, 유승민 후보(34.5%)는 이 후보(39.6%)에게 5.1%포인트 등으로 졌지만 둘 다 모두 오차 범위 이내였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본경선에 오른 4강 주자들은 이 지사를 향해 집중 공세에 동참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게이트와 민주당의 내부자들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이 지사는 국민을 미개인 취급하며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려 괴벨스식 선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 논의가 오가는 데 대해 "특정당 후보와 비밀 회동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견제했다. 유승민 후보도 "경기도지사 직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이 지사의 몰염치의 끝은 어디냐"고 했고, 원희룡 후보도 "이 지사는 성남부터 경기도까지 '부동산 도적 소굴'로 만들고 무슨 면목으로 대선에 출마했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외부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를 정조준하는 동시에 내부에선 후보들 간 합종연횡을 염두에 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윤석열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2차 컷오프에서 막차를 탄 것으로 알려진 원희룡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저격한 유승민 후보 엄호에 나선 모양새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원희룡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 동영상을 잘 봤다"며 토론 실력을 극찬했다. 홍 후보는 "어제 광주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한 검증을 내부총질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하다"며 유 후보를 옹호했다. 유 후보는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후보와 홍 후보에 대해선 다소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원 후보에 대해선 "원 후보가 요즘 대장동 게이트를 집중하고 이 후보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상당히 좋게 본다"고 호평했다.
다만 4강 후보들 사이에서 여야 구도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물고 물리는 견제와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경선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차 컷오프 전까지 토론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윤 후보의 부인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단 점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각 후보들의 아킬레스 건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선캠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여당이 경선 후유증을 겪는 걸 보면 우리당 경선도 장담할 수 없다"며 "과거 이명박‧박근혜 경선 당시를 봐도 한쪽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사단이 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선캠프 관계자는 "여권의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솔직히 군소 후보들도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후보 경선의 위기 관리를 하는 게 당 지도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경선 주자들이 1‧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나머지 후보들을 영입하는 등 세(勢) 불리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차 컷오프 문턱을 넘지 못한 DJ정부 국정상황실장 출신의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9일 윤 후보와 오찬 회동을 하는 등 사실상 지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뒀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이날 홍준표 캠프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각 캠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아직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본경선이 진행되며 이른바 '대세 후보'의 추세가 드러날 경우, 경선에 참여했던 나머지 주자들의 합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