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논란이 당 내홍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만큼 조속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해관계가 상반된 사안이어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낙연 측 "사퇴후보 표 무효처리는 특별당규 위반" 이의제기
무효표 처리 논란은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패배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의 이의신청서 제출로 촉발됐다.이 전 대표 측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 처리한 것이 특별당규 59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퇴를 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무효이고, 사퇴를 하기 전에 해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유효인 만큼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얻었던 2만3731표와 4411표를 정 전 총리와 김 의원 몫으로 산입해 득표율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효표는 김 의원이 사퇴한 이후임에도 제주와 부산·울산·경남에서 받은 257표뿐이라며, 당선인 결정 조항인 60조의 판단 기준이 될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지난 10일 발표된 50.29%가 아닌 49.32%가 되므로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유권해석 위해 당무위 소집한 與지도부…송영길 "이낙연, 정치적으로 승복해야"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에 대한 유권해석을 위해 당무위원회 소집을 12일 결정했다.당초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사안을 마무리 지으려던 것을 이 전 대표 측의 요구에 따라 당무위 결정으로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효표 논란의 최종 해석 권한은 당무위에 있다"며 "당무위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후보가) 결과를 따르지 않겠나. 그런 차원에서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무위원회는 당대표, 최고위원, 국회부의장, 전국 시도당위원장, 당 소속 시 도지사 등으로 구성되며, 고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80여명의 당무위원 중 과반 이상이 13일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미 당 선관위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다시 거론할 법률적 절차는 없다"며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에 선을 긋고 있어 당 선관위 해석대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보면 이미 김두관, 정세균 후보 두 분 모두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태"라며 이 전 대표 또한 "정치적으로도 승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가면 민주당 스스로 이것 하나 처리할 능력이 없는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켜 본선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이 정도 상황에서 사태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는 뜻도 밝혔다.
여전히 거센 이낙연-이재명 측 설전…후폭풍 우려
이러한 당 지도부의 바람과 달리 이 전 대표 측과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움직임은 여전히 거세다.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누가 보더라도 이 상황에서 송영길 대표가 공정하지 않고 일방에 치우쳐 있다. 처음부터 그랬다"며 "당이 분열되는 원천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고 송 대표를 저격했다.
지난주 이 후보에 대해 했던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정정하고 싶지 않다.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지지층도 민주당사 앞에 모여 "사사오입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서는 등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후보 측 또한 결선투표 수용은 없다며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후보 수행실장이었던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원팀을 만들기 위해 결선 없는 본선행을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지만 당 운영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만이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 의원에 대해서는 "설 의원께서 이기기 위해 굉장히 과격하게 모든 것들을 다 하신다"며 "좀 더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설 의원의 언행에 대해 고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당의 집단지성을 무시하고 단정적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당 중진의 모습이 아닌 듯 하다"며 "경선과정에서 당 기구와 절차를 따르지 않고 과도한 주장으로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면돌파 "경기지사 사퇴 않고 국감 받겠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12일 현직인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지 않고 경기도 국정감사를 수감하겠다고 밝혔다.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에서 현안사항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들이 제가 도지사직을 언제 사퇴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그냥 공개적으로 알려드리겠다"며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수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의 책무가 더 중요하니 조기 사퇴하고 대선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당 지도부의 권유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경기도지사로서의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최대한 직을 수행한다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이다. 숙고한 결과 당초 입장대로 경기도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주 18일과 20일 예정된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 난타전이 예상된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지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이 후보가 없는 국감에서 대장동 비리 의혹이 확대 재생산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국감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파상공세를 견뎌내고, 대국민 설명 기회를 가지는 게 향후 본선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과 화천대유 게이트 관련으로 정치공세가 예상되지만 오히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성과 실적을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기도지사직) 사퇴 시기는 국감 이후에 다시 판단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