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2일 대장동 민간 사업권자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그리고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첫 소환 조사한 지 하루 만에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중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관(官) 측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공모해 대장동 사업자로 화천대유 측을 선정하며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으며 도시개발공사 측에 손해를 입혔다고 본 것으로 민과 관 사이 유착과 특혜가 있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유 전 본부장에게 사업 특혜 대가로 개발 수익 700억원을 약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러한 정황이 담긴 천화동인 5호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의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을 확보한 후 제출 자료 분석과 계좌 추적을 이어 왔다. 검찰은 약정액의 일부인 5억원이 실제로 김씨에게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이어 이번에는 화천대유와 공사를 잇는 '키맨' 정민용 변호사도 정 회계사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자술서를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여기에는 유 전 본부장이 정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여러 명목으로 빌리는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는 자기 것이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았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씨는 이러한 의혹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화천대유 측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자 이익 배분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녹음된 것이며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들이 담겼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날 검찰에 출석하며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바로 나"라며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수익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 측은 이러한 입장을 전날 검찰 조사에도 주장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정 회계사 녹취록이 왜곡됐거나 편집됐을 가능성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김씨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상황인 만큼 검찰은 추가 소환보다는 가급적 빠르게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수사 착수 시작과 동시에 유 전 본부장을 구속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화천대유와 관련 회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한 만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도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씨 측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입장을 내고 "조사 하루만에 김씨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동업자 중 한 명으로 사업비 정산다툼중에 있는 정 회계사가 몰래 녹음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하여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어제 김씨에 대한 조사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의 강한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 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했고 이는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을 충실시 준비하여 억울함을 풀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