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한 남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분투를 그린 영화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배우이자 감독 저스틴 전은 '국' '미쓰퍼플' 등의 작품으로 미국 내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그려왔다. 이번 작품 '푸른 호수'에서는 안토니오의 모습을 통해 입양인의 정체성과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 '진정성'이야말로 작품의 필수 요소임을 깨닫고 스스로 안토니오를 연기하기로 결심, 아내 캐시 역의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 딸 제시 역의 시드니 코왈스키와 호흡을 맞췄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은 12일 오전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녹인 자신의 경험, 그리고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한국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고, 성장하면서 항상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할 정도"라며 "아시안 아메리칸으로서 백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질문이 있었다.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가?'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왜 미국에 있는 걸까?' 등의 질문을 내 영화에서 항상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꽃, 나무에도 뿌리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뿌리가 있을 것이다. 미국 토양 안에서 우리의 삶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건가, 이 뿌리는 어디에 있는 건가 생각하게 된다"며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 특히 한국계 미국인 영화를 미국에서 찍는 건 기본적으로 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이야기를 미국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다. 내 목표는 감정적으로 한국인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스틴 전 감독이 말하는 '감정'이란 '한(恨)'과 '정(情)'이라는 한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감정을 말한다. 그는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섭외 요청을 위해 편지를 쓰면서도 이 같은 점을 전달했다.
전 감독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 영화를 보고 그가 한과 정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 친밀감을 느꼈고, 이러한 '무형의 정'을 말이 아닌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배우이기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리고 저스틴 전 감독은 이러한 점이 바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스토리텔링이 갖는 독특한 색깔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오는 입양인인데, 입양한 부모마저도 안토니오를 선택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돼요. 이후 그는 자신이 어떤 길로 갈지, 어떤 인생을 살지 본인이 선택하고 가족도 선택하죠. 이전의 자기가 있었던 삶에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자 해요. 입양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건, 그들에게 어디로 입양될지 혹은 부모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선택권이 없었다는 거죠. 안토니오는 자기와 완전히 다르게 생긴 딸이 있죠. 아시안도, 혈연도 아니지만, 정말 자기 딸인 것처럼 선택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결정이에요."
무엇보다 저스틴 전 감독이 '푸른 호수'를 통해 관객들과 사회를 향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입양인들의 문제를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00년 '아동시민권법'을 통과시켜 미국 시민에게 입양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어지도록 했다. 문제는 법 제정일(2001년 2월 27일) 기준 만 18세 미만의 입양 아동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2000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미국 사람으로 살아온 누군가는 법의 보호를 받고, 누군가는 갑자기 '이방인'이 되어 추방되어야 한다.
그는 "나를 거부해서 미국에 온 건데, 미국에서조차 너는 여기 있으면 안 되며 여기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을 원하지 않고 거부했던 나라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영화를 통해 해당 이슈를 알리고, 이 법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2000년이라는 건 누군가가 임의로 만든 기준인데, 그것에 따라서 추방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경험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서, 내 영화를 보고 법과 정책 관계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자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부분이 사람들은 해당 문제를 이민자 문제로 보는데, 이민자 이슈가 아니다"라며 "가족과 가족의 가치에 대한 문제라 생각하고, 인권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