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동규, 대장동 전권 노리고 사장 사퇴 입김 넣었나

황무성 초대 사장 2015년 3월 임기 못 채우고 퇴임
이후 유동규 본부장이 수개월간 사장 직무대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불공정 수익 배분구조 협의 주도
"유동규가 유한기 통해 황 전 사장 퇴임 종용" 내부 폭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 사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 않고 지난 2015년 초 돌연 사퇴한 배경을 두고,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황 사장 퇴임 후 유 본부장은 수개월 동안 사장 직무대리를 맡아 사실상 대장동 사업의 전권을 쥐고 사업을 주도했었다. 그 기간 동안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민간의 초과 이익을 회수하지 않도록 한 수익 배분 구조가 담긴 주주협약이 체결됐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황무성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을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가 이뤄진 직후 사퇴했다. 사업 공모는 2015년 2월, 황 전 사장 퇴사는 같은 해 3월 중순이다.

황 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 것에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사 안팎에서는 "황 전 사장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돌연 임기를 채우기 전에 나간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황 전 사장 퇴임 전후 '초과이익 환수' 조항 제거

지난 2014년 성남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성남시 제공
황 전 사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수익 배분에 대해 "세부 계획 등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본인이 공사를 나온 뒤 당시 개발본부장(유한기)과 기획본부장(유동규)이 구체적인 배분안을 짠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개발이 사업 초과 이익을 환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황 전 사장 재임기간 내에 벌어진 일로 확인됐다. 성남도시개발은 지난 2015년 2월 13일 공모지침서를 통해 △개발 이익을 제1공단 공원조성 재원으로 활용 △임대주택용지 중 1개 블록은 공사에 제공 등을 민간 공모 신청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데 이어, 보름이 지난 같은 달 28일 사업자 질의응답에서도 '공사의 이익은 (앞서 제시한) 이 두 가지에 한정한다'고 못 박았다. 황 전 사장이 퇴임하기 한 달 전쯤 대장동 사업의 수익 배분 구조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과 성남의뜰은 그해 6월 15일 사업협약, 22일 주주협약을 연달아 맺고 초과이익에 대해 공사 측 환수가 없는 수익 배분 구조를 확정 지었다. 당시는 황 전 사장이 물러나고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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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유한기 본부장 통해 황 사장 사퇴 종용" 내부 증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한형 기자
대장지구 사업 수익 배분에 대해 황 전 사장은 "개인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말도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비판했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황 전 사장이 유 전 본부장과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황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의 배후에서 목소리를 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동규 본부장이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당신이 황 사장을 데리고 왔으니 당신이 (직접) 내보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유 전 사장과 황 전 사장이 내부적으로 큰 마찰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황 전 사장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한기, 유동규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부터 함께 발을 맞춰온 사이다. 황 전 사장은 공단에 오기 전 H건설사에서 사장을 지냈었고, 유한기 전 본부장도 같은 회사에서 상무를 지냈다. 유 전 사장이 2011년부터 공단에서 기술지원 TF단장을 지냈고, 2년쯤 뒤 황 전 사장이 성남도시개발 사장으로 임명됐다.

CBS노컷뉴스는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유동규 전 본부장 측에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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