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중요 인물 상당수가 조사를 받았지만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 착수와 동시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을 소환하고 구속한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 수백억원을 약속했고 이중 수억원은 실제로 전달됐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에도 뇌물 공여자 격으로 김씨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심의 근거이자 검찰 수사의 핵심 증거인 천화동인 5호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의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는 김씨의 관을 상대로 한 로비 정황이 다수 담겨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 녹취록에는 김씨가 대장동 사업의 특혜 대가로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약정했다거나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 시의원에게는 20억원을 전달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이어 이번에는 화천대유와 공사를 잇는 '키맨' 정민용 변호사도 비슷한 내용이 담긴 자술서를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며 김씨 주장의 신빙성이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 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고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가 자신(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의 지인으로 공사에 입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공사 입사 후 유동규 전 본부장과 긴밀한 사이가 되고 동업까지 하는 등 민 그리고 관 양 측 내부사정을 두루 아는 인물로 지목돼왔다.
결국 로비 의혹의 실체를 두고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 그리고 김씨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 조사도 이 간극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회계사와 정 변호사를 최소 각각 두 차례씩 소환하고 전날에는 구속된 유 전 본부장도 조사하며 김씨 소환 조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바 있다.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이 구체적으로 어디로 흘렀는지에 대한 파악도 이번 조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 100억원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를 거쳐 한 토목건설업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은 금액에 대한 행방은 물론 전반적인 사용 목적에 대한 명확한 소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법조 기자 출신인 김씨를 고리로 여러 법조인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이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었다고 보고 수상한 자금과 맞물린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의 핵심 역할을 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은 현재 화천대유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2010년에는 민간개발업자로부터 LH가 추진하는 공영개발을 민간개발로 전환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금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불기소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대장동 개발 사업 현황에 대해 잘 알았다는 정황으로 최 전 의장의 화천대유 취업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유 전 본부장 측에게 3억원의 뇌물을 건넨 의혹을 받는 성남 판교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정재창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씨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2011년부터 봤다고 말한 바 있다. 민관합동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특혜와 유착이 있었는지에 대한 규명이 수사의 관건인 만큼 '대장동 사업'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은 깊게 들여다 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