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측에 막대한 이익이 쏠리는 걸 견제하기 위한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사업협약서에서 삭제되는 과정에 유 전 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에도 검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유 전 본부장이 사업자 선정 전부터 세부적인 실무에까지 개입하며 대장동 사업 전반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포착된 것이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가할 민간사업자 모집을 준비하던 2015년 2월5일 당시 유동규 당시 기획본부장의 지시로 사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이현철 개발2팀장(현 개발2처장)에서 김문기 1팀장(현 개발1처장)으로 돌연 변경됐다. 김 처장은 유 전 기획본부장과 입사 전부터 알고 지내 내부에서 '유동규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이후 새롭게 키를 잡은 1팀에서도 공모를 앞두고 여러 건의가 이어졌는데, 특히 1팀 산하의 A 파트장은 '예정된 공모지침서의 내용대로라면 특정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침서 내용 여러 곳을 지적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당시 전략사업실 투자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 중심에 있는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했는데, 이후 유 전 본부장과 빠르게 가까워져 '형·동생'하는 사이까지 발전한 것으로 파악된 인물이다.
A 파트장의 메일이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뒤 얼마 안 돼 그의 윗선인 유 전 본부장이 A 파트장을 불러 "건방지다"는 취지로 질타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개진된 의견에 대해서는 물론, 보안이 취약한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점을 두고도 화를 냈으며 이 일이 있은 뒤 A 파트장은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경직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당시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내부 우려는 곳곳에서 제기됐다. 사업은 1팀이 주도했지만 당시 2팀도 일부 업무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두 팀 모두 당시 공모지침서에 "경제상황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초과이익)를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각각 소속 부서장을 통해 상부로 전달했지만 최종 공모지침서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하지만 약 7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5시50분 해당 직원이 김 처장에게 보낸 재수정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그리고 이 사업을 총괄한 전략사업실은 해당 의견이 빠진 사업협약서를 몇 분 뒤 그대로 확정해 화천대유 측에 전달했다.
당시 관(官) 쪽 사업 주도자로서 삭제 지시자로도 의심받는 유 전 본부장은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사업협약서 작성 단계 이전의 민간사업자 모집 때부터 세부 실무를 꼼꼼히 챙겼다는 내부 증언이 이어지면서 입장의 신빙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7일 성남도시공사서버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결재 문서 등을 분석해 누구 선에서 조항 삭제가 이뤄졌는지 파악하기 위한 차원의 강제수사라는 분석이다. 수사팀은 뇌물‧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를 연일 이어가며 혐의 입증이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