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라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황교안 후보가 탈락하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낸 민경욱씨가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민씨는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 줄곧 '4‧15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황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에 이번엔 '대선 경선 조작'이라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은 8일 오전 대선 후보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가나다 순)가 본경선에 진출했다. 정 위원장은 탈락한 후보들에 대해 "그동안 보여주신 우국충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민씨는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는 TV 속 정 위원장의 모습을 찍어 올리며 "원희룡이라고?"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발표된 컷오프 결과는 본경선으로 향하는 4자리 중 유승민‧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사실상 3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나머지 5명의 후보가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다.
민씨는 남은 한 자리를 황 후보가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황 후보가 탈락하고 원희룡 후보가 통과하자,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씨는 연이어 올린 글에서 급기야 '경선 조작' 의혹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번 결과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놓지 못하고 숨긴다면 그게 바로 부정"이라며 당내 경선 결과에까지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민씨가 제기한 '경선 조작' 의혹의 대상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었다. 그는 "믿음을 잃어버린 선관위는 존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컷오프 결과가 나온 지 13분 만에 '대선경선 조작! 이준석 정홍원 중앙선관위 OUT!'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만들어 게시하기도 했다.
또 '황교안 경선탈락 부정선거 범죄집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한다'는 글을 통해 "황교안 후보가 압도적인 상승세에도 탈락했다"며 "국민의힘 당내 경선의 무효를 선언하며 이를 위한 법적 투쟁까지 병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민씨는 황 후보에 대한 열렬한 지지 의사를 표시해왔다. 그는 지난해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이 낙선하자, 해당 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황 후보 역시 자신이 당대표이던 시절 대패한 21대 총선은 부정선거였다며 이를 이번 경선 정책 발표회에서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이 둘은 지난 3일 '4.15 부정선거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함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민경욱 TV'에서 자체 진행한 "어느 분이 4강에 오를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황 후보가 78%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지난달 2일에는 황 후보의 후원 계좌 번호가 적힌 포스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황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하자, 이번엔 '경선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민씨는 황 후보가 탈락한 직후 "황교안 후보는 탈락 소식을 듣고 허허 웃으시는군요"라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