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재로 찌아찌아어를 배우는 인도네시아 부톤섬의 학생들이 한글날 575돌을 맞아 한국에 인사를 전했다.
12년째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이어온 교사 정덕영(60)씨는 8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글날을 앞두고 이번 주에는 학생들에게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을 어떻게 만드셨는지와 한글날에 대해 가르쳤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아 그렇구나, 한글은 한국의 세종대왕이라는 분이 만들었구나'라며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 선생님이 보내온 동영상 속 찌아찌아족 초등학생들은 환한 표정으로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한글날 축하해요"라고 외쳤다.
한글날을 맞아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바우바우제1고등학교 등의 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찌아찌아어 한글 표기는 우리나라의 '한글 수출' 1호 사례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 부톤섬 인구 50만여명 가운데 7만명을 차지하는 찌아찌아족은 평소 인도네시아어를 쓰지만, 부족 고유어는 표기법이 없어 점차 쓰는 사람이 줄면서 영원히 잃어버릴 상황이 됐다.
2009년 훈민정음학회가 찌아찌아어 교재를 한글로 만들어주겠다고 나섰고, 찌아찌아족이 많이 사는 부톤섬 바우바우시는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찌아찌아족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다른 과목은 모두 인도네시아어로 수업받지만, 주1회 찌아찌아어를 한글 교재로 배운다.
가령, '안녕하세요?'를 인도네시아어로 쓰면 'Apa kabar?'(아빠 까바르)이지만, 찌아찌아어로 쓰면 '마엠 빠에 을렐레'가 된다.
2010년 3월 처음 부톤섬에 파견된 정 선생님은 훈민정음학회, 세종학당 파견을 거쳐 현재까지 부톤섬에 남아 현지인 보조 교사들과 함께 찌아찌아어 한글 수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톤섬의 고등학교들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기도 했다.
정 선생님과 현지인 보조 교사 3명으로부터 주 1회 찌아찌아어 수업을 받는 초등학교는 4곳,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는 고등학교 3곳과 중학교 1곳이다.
바우바우시의 까르야바루초교, 부기2 초교는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레드존'이어서 수업을 일시 중단했으나,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코로나 그린존'인 남부톤군의 자야박띠초등학교와 라웰라초등학교는 계속 한글 교재로 찌아찌아어 대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바우바우시 제1고등학교과 제2고등학교, 남부톤군의 바따우가 제1고등학교는 반을 절반씩 나눠 한국어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번갈아 하고 있고, 남부톤군의 삼뽈라와 제2중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정 선생님은 "코로나 때문에 자유롭게 아이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며 "이제는 부톤섬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있어서 대면 수업이 확대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인들이 찌아찌아어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태권도 수업도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올해 4월부터 한국의 아시아발전재단(ADF)과 협력해 매주 수·금·일요일 오후 바우바우시 경찰서에서 무료 태권도 수업이 열린다.
정 선생님은 "바우바우시 경찰서장이 한류 팬이어서 많은 도움을 준다. 태권도를 가르치라고 경찰서 강당과 앞마당을 내어줬다"며 "매 수업 시간 청소년 60~70명이 참여해 '차렷, 경례' 등 힘차게 한국어 구호를 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