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쌍둥이자매 사태에도 여전한 체육계 학폭…1년새 525건

교육부 2021년 학생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 결과 326명, 545건 피해
언어폭력 235건·신체폭력 138건…성폭력도 27건 발생
가해자는 선배 126명, 동료 111명, 지도자 47명 등
2년 동안 지속된 폭행·폭언…성추행 발생 운동부에서 2개월만에 또 성추행 등 다양
민주 전용기 의원 "사건 터질 때만 약속…철저한 교육·징계 있어야"

학창 시절 폭력(학폭) 논란의 당사자인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연합뉴스
과거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져 배구계를 대표하던 인기 스타에서 추락해 쫓겨나듯 해외로 진출한 쌍둥이 자매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학폭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월 말부터 8월말까지 2021년 학생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초·중·고교 학생선수 6만1911명 중 5만4919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 결과 모두 326명의 학생이 545건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이 235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신체폭력 또한 138건이나 됐으며, 성폭력 사건도 27건 발생했다.

가해자는 선배 학생이 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료학생 111명, 감독·코치 등 운동부 지도자 47명, 개인코치 등 학교 밖 지도자 27명, 담당교사 6명 등이었다.

사건의 양태도 다양했다.

한 초등학교 5학년생은 운동부 동급생에게 2019년부터 2년 동안 지속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사과와 접촉금지, 사회봉사 4일, 특별교육 9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5시간 등의 조치를 받았다.

한 고등학교 검도 선수는 후배 선수 4명에게 폭행과 언어폭력을 가하고 금품을 갈취해 징계를 받았다.

한 중학교 학생은 같은 학교 급우에게 폭행과 금품 갈취, 강제 사과 강요 등을 여러차례 한 사실이 발각됐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축구부 학생선수가 지난 3월 성추행을 저질러서 사과와 성교육 등의 조치가 취해졌는데, 2개월 만에 또 다른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른바 '카톡지옥'으로 불리는 사이버 폭력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면식이 있는 같은 학교 학생들 사이에 만들어진 단체대화방에서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함은 물론, 잘 알지 못하는 다른 학교 학생들을 초대해 언어폭력을 가하는 사건도 있었다.

학생선수들을 향한 체육지도자와 교사의 폭력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 고등학교 탁구부로 파견된 충남지역의 시 체육회 소속 지도자는 함께 훈련 중이던 다른 중학교 학생선수의 훈련 태도를 지적하며 뺨을 4대 때렸다가 시 체육회에서 해임됐다.

한 고등학교 핸드볼팀 지도자는 연습경기 후 경기력 하락을 이유로 나무 막대로 엉덩이를 때리는 체벌을 가하면서 욕설을 했다가 학교에서는 해임, 대한체육회로부터는 자격정지 1년의 조치를 받았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체육계 학폭은 폭행 가해자가 엘리트 체육인이 되기 위한 체육 지도를 받아 또래보다 신체적 우월함을 갖거나, 관계자들이 단체 활동을 함으로써 위계폭력이나 상호폭력 등 각종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서 노출돼 있다는 점 때문에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으로 인해 체육계 학폭이 재조명된 데다, 지난해 발생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통해 성인이 된 이후의 체육계 폭력 또한 심각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다수의 폭력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학생선수들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용기 의원은 "매번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이 터지면 반인권적인 체육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체육계 꿈나무들을 온전히 성장시키려면 실태조사나 사후 조치 뿐 아니라, 학생과 지도자 모두에게 적절하면서도 철저한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폭력을 일으킬 경우 체육계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엄격한 체계 또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