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장동 엄중히 본다면서도 '합수본' 선 긋는 이유는?

원론적 입장 뒤 각 캠프의 민감한 반응 보고 당혹한 靑, 침묵 모드로 돌아서
경선 국면에서 영향력 최소화하려 하는 듯 메시지 관리에 신중 또 신중
검찰 수사만 지켜보는 형국, 사태 커질 경우 文대통령 등판할수도

황진환 기자
청와대가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저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권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청와대가 조금이라도 시그널을 줄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을 염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중히 생각" 짧은 논평 뒤 다시 침묵 모드로 돌아선 靑, 왜?

 
이한형 기자
청와대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추가 논평을 삼가한 채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엄중히 지켜보고 생각하고 있다"는 짧은 입장이 나간 뒤로 더이상의 발언은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별도의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엄중히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동일한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낙연 후보가 거듭 제안하고 있는 '합동수사본부' 구성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일단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수본 구성에 청와대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기사와 관련해 "근거가 없어 보이고, 기사 내용이 사실도 아니라"며 부인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총리실은 합수본 구성에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나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대선 경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합수본 구성 같은 추가 조치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엄중히 지켜본다'는 한 마디가 여권과 각 캠프에 상당한 파장을 끼치는 것을 보면서 더욱 저자세를 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엄중히 지켜본다'는 입장에 이재명, 이낙연 캠프에서는 각각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입장이 캠프의 유불리에 따라 왜곡되거나 확대 해석되는 경우도 있었다. 청와대도 각 캠프의 반응에 상당히 당혹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대선 정국의 끼치는 민감도를 고려해 다시 저자세를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 경선 일정이 이번주에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청와대는 당분간 메시지를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검수완박' 외쳤던 여권, 검찰 수사만 지켜보는 형국··"文대통령 수습해야 할 국면 올 지도"


송영길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06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겉으로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장동 의혹이 미칠 정치적, 사회적 파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검수완박'을 추진했던 여권은 이제는 검찰의 수사 결과만 지켜보는 형국이 됐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대장동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기로 하면서 검찰 수사의 비중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언제, 어디까지 뻗어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청와대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등판해 교통정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정국에 철저히 거리를 두며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여러 혼란이 발생하며 국정운영에 큰 방해가 될 경우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는 최대한 중립 기어에 두고 있지만, 이 사태가 정치 공방을 넘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경우에 문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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