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수사 부실' 군사경찰 처벌 안 받고 끝난 공군 부사관 사건

서욱 국방부 장관과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이 지난 6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공군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초동수사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이들이 아무도 처벌받지 않게 됐다.

국방부는 7일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를 종료했다. 모두 25명이 형사입건돼 수사 선상에 올랐는데, 최종적으로는 성추행 주범 장모 중사를 포함해 3명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지고 1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7월 9일 중간 수사 발표 당시에는 10명이 기소됐기 때문에 이후로 5명이 추가로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먼저 이 중사가 사망하던 5월 21일 낮, 혼인신고를 위해 오후 반차를 낸 그가 자신에게 휴가 출발 신고를 할 의무가 없는데도 이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15특수임무비행단 레이더정비반 권모 원사가 기소됐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중사 아버지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결과 비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딸의 사진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어 3월 2일 이 중사가 겪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고도 국방부에 제때 자세히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공군본부 이갑숙 양성평등센터장, 부실한 변호를 한 혐의를 받는 국선변호인 이모 중위도 재판에 넘겨졌다.

3월 2일 성추행 피해 직후 이 중사는 부대 선임 김모 중사와 몇 차례 통화를 했다. 이 통화 녹음파일을 갖고 있던 김 중사에게 연락해, 공보 활동을 통해 비난 여론을 반전시키려 한 혐의를 받는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장 이모 대령과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도 재판에 넘겨졌다.

공보정훈실은 공보 활동을 위해 관련 부서나 기관 등에 자료제공 등 협조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는 하다. 검찰단은 두 사람이 김 중사가 파일 제공을 거절했는데도 직권을 남용해 제공에 동의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초동수사 부실과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처벌을 피해가게 됐다. 군사경찰대대장 고모 중령과 수사계장 황모 준위는 3월 2일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가해자 조사도 하기 전 '불구속' 방침을 미리 결정하고, 압수수색영장도 신청하지 않는 등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군사경찰 단계에서 초동수사 부실은 같은 부대 군 검찰에서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군 검사 박모 중위와 함께, 그에게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공군본부 법무실장 전익수 준장, 고등검찰부장 한모 중령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초동수사 부실과 관련해 특임 군 검사인 해군본부 검찰단장 고민숙 대령이 사건을 재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피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