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정영학과 동업관계였던 정재창…이제는 소송전
천화동인 5호 주식을 고리로 대장동 개발 이익 90억원을 받기로 약정을 했는데, 60억원밖에 받지 못했다는 게 정씨 주장의 골자다. 그는 천화동인 4호 주인 남욱 변호사로부터도 60억을 받기로 했는데, 이 약정은 지켜졌다.
민간 쪽 핵심 개발 관계자들에게 이처럼 수익을 요구한 정씨는 대장동 사업의 '예고판'이라고 할 정도로 유사하게 민관 합동 방식으로 추진된 2013년 경기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주체였다. 이 사업 특혜를 대가로 관(官)쪽 핵심 관계자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위례 사업 당시까지만 해도 정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동업관계였다. 정씨가 화천대유와 같은 자산관리사(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로서 전면에 나섰던 이 사업에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아내가 간접 참여했다. 이들 3인은 2009년부터 건설업자 이모씨의 자문단으로 뭉쳐 대장동 개발을 민영 방식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대장동 '대박' 터지자…"3억 뇌물로 협박"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주도권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도 이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수익금 가운데 남 변호사 몫 60억, 정 회계사 몫 90억을 정씨에게 넘겨주는 것으로 정리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씨가 2019년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이익 분배를 놓고 맺은 약정엔 "대장동 개발에 대한 공헌을 감안한 약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씨는 2015년 대장동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세 사람이 이 지역 민영개발을 추진했을 때부터 이미 '사업 이익이 생기면 n분의1로 분배하자'는 내용의 합의를 했고, 이에 따라 정당하게 이익금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씨는 천화동인의 주식 1주를 보유한 것을 고리로 약정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 외에 관(官) 쪽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총괄했던 유동규 전 본부장도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사업 이익이 발생하자 자신 몫의 돈을 민간업자 측에 과도하게 요구했고, 결국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정 회계사가 부당 배당 논의를 녹음하고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 전 본부장은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겼다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미 구속된 상태다.
내부자 균열 파고드는 검찰…시작부터 민관 유착이었나
대장동 사업의 민(화천대유‧천화동인), 관(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주체들을 상대로 사업 추진 과정부터 자금 흐름까지 전방위적으로 살피는 모양새다. 특히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실소유주가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시 쪽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검찰은 그 실체 규명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애초부터 특정 민간업자들이 유 전 본부장 등과 유착돼 위례 사업부터 대장동 사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씨와 남욱 변호사, 정 회계사 3인이 위례와 대장동 사업의 키를 서로 누가 쥘지 사전에 협의한 정황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화천대유에서 활동한 유력 인사와 그 가족을 둘러싼 각종 물음표도 검찰 앞에 놓인 가운데 성남시의회 의장 출신인 최모씨가 이 회사에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최씨는 성남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같은해 8월 탈당했다. 이듬해 2월 무소속이었던 최 의장 체제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운영 조례안이 새누리당의 반발 속에 처리됐다. 복수의 이 지역 정관계 인사들은 "개발 사업 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위해 당시 최씨가 사실상 포섭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최씨는 지난해부터 주민 입주를 원활하게 하는 업무를 맡아 지금도 근무 중으로, 고문이나 자문이 아니다"라며 "최씨는 의회를 그만둔지 7년 정도 된 분으로, 그가 의회 활동 중 어떤 일을 했는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