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폐기물 처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처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업체가 없다.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땅에 묻어야하는데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민원을 감내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눈덩이' 된 회수품…법 시행에도 폐기 '지지부진'
7일 홍익표 국회의원실(더민주, 서울 중구성동구갑)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수거된 라돈 매트리스와 침구류는 11만 4천여 개에 달한다.
2018년 원안위는 2차례 조사를 거쳐 연간 피폭선량 기준(1mSv)을 초과한 대진침대 모델 29종을 비롯해 이후 다른 업체 제품들도 잇따라 회수해 각 업체 야적장에 쌓았다.
그러나 천연방사선제품에 대한 법적 폐기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에 환경부는 라돈 회수품을 태우거나 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 지난달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로선 라돈 제품을 폐기할 수 있는 장비와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없는 셈이다.
폐기업계 '주민 반발' 우려 부담…정부 '업체 섭외' 총력
폐기업체로서는 라돈 제품 처리에 따른 2차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극 나서기도 힘들다.
한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안감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안정적인 폐기 기술을 지원해주지 않는 한 수주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개정법안에는 라돈 제품 폐기 과정의 주민동의 절차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아 주민 의견수렴조차 어렵다. 다른 폐기물도 처리 과정에 일일이 주민동의를 받진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다만 소각, 매립 시 유해물질 배출 여부 등에 대한 조사로 안정성을 검증하고, 폐기물 업계와 협력해 라돈 제품 처리업체를 섭외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자들이 주민 반발을 의식해 신청에 나서지 않아 우선 라돈 회수품 처리의 안정성을 입증해야 된다"며 "동시에 업체 참여 유도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체 섭외를 의뢰받은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는 전국 회원사 52곳 가운데 지정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업체 34곳을 대상으로 라돈 제품 폐기작업 참여를 독려 중이다.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 관계자는 "업체 섭외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 조건 등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해 검토하겠다는 수준일 뿐 적극 나서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 소통, 폐기업체·지역 인센티브 필요"
이에 대해 라돈 제품을 조속히 폐기 처리하기 위한 정부의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과 함께 앞으로는 공공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도 "라돈 제품을 폐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여태 정부는 처리업체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다"며 "매트리스의 경우 소각만으로 유해물질이 완벽히 제거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어 이에 대한 대안기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최 소장은 "제품뿐만 아니라 라돈 제품을 사용한 10만여 명의 피해자들도 방치돼 있다"며 "이들에 대한 건강 영향도 조사와 보상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라돈은 토양, 암석, 물 등에서 라듐이 핵분열 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가스로 노출이 지속되면 각종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이 2018년 5월 국내에서 판매되는 침대 브랜드 매트리스에서 검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라돈침대 파문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