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층간소음', 농촌엔 '이것'…축산 악취 한 해 6천 건

한 주민이 한여름에도 열 수 없는 문을 가리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남 기자
"숨 좀 쉬고 살고 싶다"는 주민. 단지 불쾌함의 문제가 아닌,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반면 농장주는 생업과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마을은 갈라지고,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 악취' 문제가 도시의 층간소음 갈등에 빗댄 '농촌의 층간소음'으로도 일컬어지는 이유다. 이 같은 축산 악취 문제는 한 해 접수된 것만 6천 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고통"
일부 지역만의 문제 아냐…개인 간 해결에는 한계

충남 서산의 한 농촌마을에서 이어지고 있는 악취 갈등이 보도된 뒤, 기사 댓글과 이메일을 통해 유사한 사례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경기 화성과 안성에서, 전북 진안과 전남 해남에서, 경남 김해에서. 갈등은 일부 지역의 것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고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전국적으로 접수된 축산 악취는 한 해 수천 건에 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이 공개한 환경부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국 악취배출시설에 대한 민원에서 축산시설 및 축폐처리시설 관련 민원이 6444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악취배출시설 관련 민원 건수(1만 5105건)의 42.2%.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연간 가축 분뇨 발생량 가운데 돼지 분뇨는 3461만 t(53.7%)으로 가장 많다. 송옥주 의원은 "부숙화, 즉 발효과정 중 악취가 나와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른 악취 민원이 특정시간대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축산 분뇨 악취의 경우 늘 있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축산 악취 문제는 양측의 '권리'가 부딪치는 점이 있고, 그래서 양측끼리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도 도시의 층간소음 문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상당수가 마을 내 갈등으로 여겨지고, 지자체의 중재 노력도 부족한 상태다.
 

해결책 못 되는 '현행법'…"지자체 개입도 소극적"
축산 악취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대책 필요

서산의 마을에서 불거진 축산 악취 문제도 주민과 농장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이 깊어진 상태다.
 
주민들은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농장이 악취 기준치를 넘겨 받은 과태료는 50만 원에 불과했다. 과태료 50만 원과 일정 기간의 개선명령. 현행법에 따른 조치인데,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진 못하는 상황이다.
 
기존 악취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해당 농장이 최근 퇴비사 등 처리시설을 확장하기로 하면서 주민 우려는 더욱 커졌는데, 관할 지자체인 서산시는 농장주에게 관련된 '권고'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현행법을 근거로 한 설명이다.
 
중재할 힘이 없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 같은 법과 제도에 기댄 국가와 지자체의 집행. 송옥주 의원은 "그동안 축산농가의 악취 문제를 개인 간 갈등 문제로 접근해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해결보다는 갈등이 더 커지는 악순환 구조"라며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환경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축사시설과 주거지역 간 이격거리를 현재보다 더 길게 제한조건을 강화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밀폐된 가축 분뇨 공공처리시설을 활성화해서 총 악취물질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제를 중재하고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와 같이 개인의 문제로만, 마을의 문제로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