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죽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한 힘과 스피드는 여전했다.
프로야구 SSG 외야수 추신수(39)가 KBO 리그 역대 최고령 20-20클럽에 가입했다. 한 시즌에 홈런과 도루 20개 이상을 거뜬히 해냈다.
추신수는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 원정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3 대 0으로 앞선 4회초 2사 1루에서 상대 우완 선발 이민호를 우월 2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시즌 20호 홈런이다. 이날 투런포로 추신수는 지난 1일 NC전 20도루까지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KBO 리그 역대 54번째 기록이다. 올해는 삼성 외야수 구자욱이 지난달 22일 롯데전에서 가장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구자욱의 생애 첫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추신수의 기록은 역대 최고령이라 더 값졌다. 추신수는 만 39세 2개월 22일의 나이로 양준혁(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삼성 시절이던 2007년 10월 5일 롯데전에서 달성한 만 38세 4개월 9일의 20-20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 나이로 불혹임에도 28살의 구자욱처럼 잘 치고 잘 달릴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까닭이다.
또 추신수는 역대 최초 MLB와 KBO 리그에서 모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뛰던 2009년과 2010년, 신시내티 소속이던 2013년까지 총 3차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올해로 개인 통산 4차례 20-20을 달성했다.
경기 후 추신수는 "팀을 위해 강하게 치고 누상에 나가도 한 베이스 더 가려고 생각을 항상 하다 보니까 그런 기록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이런 기록이 나온 거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 시즌 SSG와 계약하며 KBO 리그에 데뷔한 추신수는 403타수 104안타(33위) 타율 2할5푼8리(42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20 클럽 가입에 4할에 가까운 출루율(3할9푼5리·12위)로 노련함을 뽐내고 있다.
이날도 추신수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으로 팀의 8 대 0 완승을 이끌었다. 2연패에서 벗어난 SSG는 57승 58패 11무로 6위에 올라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키움(61승 59패 6무)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