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구 부정행위 의혹을 받는 김건희씨의 논문 조사와 관련, 국민대의 '내홍'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대학 내 최고 심의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는 김씨 논문 관련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발됐다. 한 교수가 제6차 정례 평의원회의 개회 전 학교 측에 '김씨 논문에 대한 연구윤리위원회 재조사 요청' 등을 논의하는 안건 상정과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회의 당일 사전 설명 없이 논문 표절의혹에 대한 재조사 요청 등을 논의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교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기구인 교수회에서도 의견 수렴에 난항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교수회는 비대면 회의를 열어, 김씨 논문 검증을 위한 재조사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를 논의했다. 30~40명의 교수가 참석한 온라인 회의에선 조만간 투표를 거쳐 의견 표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체 교수회의 참석률이 10%정도로 저조하고, '적법한 절차 였다'는 목소리도 있어 의견 수렴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을 더 모으고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의견 표명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국민대 안팎에서는 학교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단 이사회의 출신 배경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국민대 재단인 학교법인 국민학원 이사장의 부친과 조부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수 정당 국회의원을 역임해 온 보수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 이사장 김지용(45)씨 부친 김석원(76)씨는 1996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서 대구 달성 의원을 지냈다. 또 그의 조부이자 국민학원 초대 이사장인 고(故) 김성곤씨는 1958년부터 보수 정당의 전신인 자유당, 공화당에서 국회의원을 4선 연임한 바 있는 전형적인 TK 인사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 야당 대권주자와 관련한 논란에 학교 재단의 정치적인 성향이 학교의 침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오전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 국민대 동문 비대위원회는 학교 정문 앞에서 성명을 내고 "학교가 의혹을 제대로 조사해서 학교 명예를 지켜달라"며 논문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후 이들은 국민대 교학부 총장을 찾아 졸업장 200여장을 반납했다.
국민대 총학생회 또한 '김씨 논문 재조사를 촉구한다'며 지난 3일부터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총학생회가 대응할지를 두고 총투표를 개최하고 있다. 3일 오후 6시 기준 투표율은 13.09%를 기록했으며 투표는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연구윤리위원회가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에 대해 본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학교 규정은) 연구윤리와 관련한 시대 상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연구윤리위원회의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김건희 씨의 논문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공문에는 국민대가 지난 2011년 연구윤리 확보를 위해 지침 개정으로 논문 검증시효를 폐지했는데, 현재의 결정과 맞지 않는다며 조치 계획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대 측은 김건희씨의 박사 학위 논문 검증에 대한 입장을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논문으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일부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 소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