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키맨의 구속…검찰 '윗선 개입' 규명할까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황진환 기자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하면서 이제 관심은 사업 추진에 과정에 유 전 본부장을 넘어서 성남시 관계자 등 관(官) 측의 '윗선' 개입 여부로 향하고 있다.
 
'대장동 녹취록' 속 정황과 달리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측은 사업에서의 특혜 그리고 뇌물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는 대장동 개발로 걷어들인 화천대유 측 수익금 흐름과 사용처 규명에 한동안 집중될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고 유 전 본부장 밑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당시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민관(民官) 합동개발 형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관측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핵심 실무자들의 채용은 물론 사업 설계 등 전반에 걸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대장동 민관합동 사업을 추진할 당시 내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는 등 민간에 수익이 쏠리는 구조를 만들어 공사 측에 손해를 입히고(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그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뇌물수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화천대유 측을 우선사업자로 선정할 무렵부터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에게 개발이익 중 70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전 본부장 측은 "농담처럼 이야기할 것이지 실제 약속한 적도 받은 적도 없는데 녹취록에 약속한 것처럼 돼 있어 소명했다"며 특혜도 금품 수수도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1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사업 자금과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필요해 정민용 변호사에게 빌렸을 뿐 뇌물이 아니"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처럼 유 전 본부장이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 속에 법원은 그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며 검찰 수사는 보다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구속영장 발부의 명시적인 이유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지만 검찰이 적시한 혐의가 법원 단계에서 일정 부분 소명됐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도 민관(民官) 합동개발이란 이름 하에 서로 간 유착 및 특혜가 있었는지는 물론, 유 전 본부장을 넘어 당시 성남시 고위관계자 등 윗선이 이 사건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사업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의 최대 치적으로 앞세운 바 있다. 당시 성남시의 역점 사업 중 하나였던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를 공사 임원에 불과한 유 전 본부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을 거라는 의심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따지기 위해 검찰 수사는 이제 화천대유 측이 거둔 막대한 개발이익이 어디로 흘러갔고 또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까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등에서 거론된 로비 자금 액수에 비해 유 전 본부장 측에게 건너간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은 점을 의심하며 자금흐름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에 이어 3일 정 변호사를 소환한 것도 그가 세운 부동산 컨설팅 업체 유원홀딩스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이 투자금을 지원받는 형식으로 수익금을 챙긴 건 아닌지 의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원홀딩스는 만드는 과정 등에 유 전 본부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있다. 회사 이름부터 유 전 본부장의 성(Yoo)과 공사에서 첫째 가는 실세라는 뜻의 숫자(1·One)를 합친 별칭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만배씨에 대한 소환도 이런 맥락에서 곧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 회계사의 녹취록 속에 김씨가 350억원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는 정황도 담겨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 확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대장동 녹취록에서 이 지사를 비롯한 당시 성남시청 고위관계자에 대한 직접적인 로비 정황 등 언급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윗선의 개입 여부를 가리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또한, 아직 성남시청 시장 집무실이나 비서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되면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은 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연합뉴스

특히 성남시 차원에서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할 핵심 증거로 꼽히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검찰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점도 변수다. 유 전 본부장은 당초 휴대전화를 자택 압수수색 전날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의 CCTV 확인 결과, 창문은 열린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는 휴대전화 판매자에게 맡겨놓았다고 진술을 바꿨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도 유 전 본부장의 구속에 전날 "3천여명의 성남시 공무원, 1500명의 소속 임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은 당시 시장이던 제게 있다"며 도의적 책임은 인정했지만 관여 여부에는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이 지사는 "제가 성남시 공무원을 지휘하던 상태에서 드러난 비리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며 불법적으로 관여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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