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민간 시세 조사 기관인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 매매 가격은 전국 1.52%, 수도권 1.89%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12월(전국 1.86%, 수도권 3.21%)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하지만 그 상승 기세는 지난달 후반으로 오면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2주 연속으로 둔화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데 따른 피로감과 함께 금융권의 대출 금리 인상 및 한도 축소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넷째 주(27일 기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매 가격이 0.34% 올라 지난주(0.36%)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서울은 0.19%를 기록하며 2주째 상승폭이 낮아졌다. 올해 집값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인천 역시 0.45%에서 0.43%로 상승 폭이 살짝 꺾였고, 경기는 0.43%에서 0.40%로 3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넷째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5.1로 최근 3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첫째 주(106.0)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올해 이 지수는 지난달까지 꾸준히 110대를 유지했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9월 넷째 주 102.9로 최근 3주 연속(107.2→107.1→104.2 →102.9) 낮아졌다. 이는 지난 4월 넷째주(10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특히 서울 5개 권역 중 고가 주택이 많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다. 동남권은 9월 둘째 주까지만 해도 106.5였던 매매수급 지수가 셋째 주 102.3을 거쳐 9월 넷째 주에는 기준점을 겨우 넘긴 101.1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보다 다소 낮아진 0.1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0.24%, 0.27%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도권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이 모두 상승폭이 낮아진 것을 두고 앞서 높았던 상승장에 시장이 피로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상승에 따른 부담에다 대출규제에 금리까지 올라 집을 사려는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어서 부동산시장이 곧바로 약세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짙어진 것일 뿐 매수심리 위축이 본격화될 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금리인상과 가격부담 및 최근 급등에 대한 피로감, 거래량 감소, 세부담 증가 등의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전세가격 불안이나 중저가 지역 가격 상승, 비아파트 갭메우기 등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의 하락 전환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