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주요대상인 임신부에 대한 접종 사전예약이 오는 8일부터 시작된다. 당국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가임기 비(非)임신 여성보다 중증화율이 배로 높다며 접종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4일 "지난달 말 발표한 4분기 접종시행계회에 따라, 임신부에 대한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이달 8일부터 시행한다"며 "임신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이득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신부의 접종 예약은 오는 8일 저녁 8시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홈페이지 또는 콜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예약자들은 이달 18일부터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 모더나 또는 화이자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 백신을 맞게 된다.
임신부들은 사전예약을 할 때 임신여부, 출산예정일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당국은 "접종 전 의료진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이상반응 모니터링에 대응하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만약 예약 당시 임신부 정보를 등록하지 못하게 되면, 접종 당일에 담당 의료기관에서 예진 시 예방접종통합시스템에 해당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당일신속 예약서비스로 잔여백신을 예약했거나 1차 접종 이후 임신하거나 임신사실을 알게 된 경우, 1339 등 콜센터로 사전예약을 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추진단은 "접종 후 임신부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고 3일, 7일, 3개월, 6개월 후 문자알림을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일부 임신부에 대해서는 등록해 추적조사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국내에서 확진된 임신부는 총 731명이다. 이들의 위중증율은 같은 연령대 여성들의 평균치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서도 임신을 한 여성들은 가임기 비(非)임신 여성에 비해 중환자실 입원위험이 3배, 인공호흡기 사용위험이 2.9배 높고 사망률도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산모의 감염 위험이 태아에까지 미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등 18개 국가가 참여한 해외연구 결과,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들은 비감염 임신부보다 조산 위험이 59%, 저체중아 분만 위험이 5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부 확진자가 낳은 신생아 중 13%는 코로나19 '양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추진단은 "만 35세 이상의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임신부(BMI 30 이상·당뇨·심장질환 등)는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사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예방접종은 임신부에게도 안전하고 감염위험과 위중증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각국이 임신부에 대해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미국이 (예방접종을 받은) 5천여명의 임신부에 대해 출산 후 3개월을 추적조사해보니 자연유산 누적위험이 12.8%로 접종과 상관없이 기존에 발생한 자연유산 비율 11~12%와 유사한 정도였다"며 "(접종자의) 유산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유산 비율과 유사해서 (예방접종이) 유산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았단 얘기"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코로나19 백신은 병원성을 약화시킨 세균이나 바이러스변이 균주를 살아있는 상태로 사용하는 '생(生) 백신'이 아니다"라며 "예방접종이 임신부 또는 태아에게 코로나19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추진단이 개최한 초청 설명회에 참석한 고대구로병원 조금준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는 "백신은 임신 모든 시기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미국 등의 연구에서도 (임신주차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다만, 임신초기인 12주 이내에는 접종 전 임신부와 태아의 상태를 진찰하고 접종에 대해 충분히 안내받을 것을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꼭 (임신) 12주 이내라 해서 백신 접종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임신 초기에는 유산 위험성이 있어 산모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추진단은 임신부의 접종 후 이상반응이 일반인과 유사한 수준이라면서도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심근염·심낭염, 질 출혈 및 복통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발열이 날 경우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를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조 교수는 "임신초기에 발열이 생기는 경우 태아 기형 등 여러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열을 떨어뜨리는 게 중요해 접종 후 발열이 있으면 해열제를 복용하셔도 된다"며 "2~3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담, 진료를 받으시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이 모유 수유나 시험관 등 인공수정에 미치는 부작용은 없다고도 전했다.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대한감염학회)는 "mRNA 백신의 경우, 오히려 항체가 아이에게 전달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도 "임신부는 코로나 감염 시 중증·합병증 위험이 증가하고 조산 발생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필요하다. 백신 접종은 그 좋은 방법"이라며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임신부의 감염을 막기 위해선 가족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함께 받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12~17세) 중 16~17세(2004~2005년생) 학생들의 사전예약도 오는 5일 저녁 8시부터 29일 오후 6시까지 약 4주 동안 진행된다. 소아청소년의 백신 접종은 당사자 및 학부모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
추진단은 "국내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464.9명으로 전체 발생률(10만 명당 572.8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4차 유행에 따라 확진자 수와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그동안 고3 등 16~18세 접종 결과 감염예방효과는 95.8%로 나타났고, 매우 드물게 나타난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모두 회복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12세 이상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며 "특히 소아당뇨, 비만 등 내분비 질환, 심혈관 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건강한 청소년보다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진행위험이 약 2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접종이 적극 권고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