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규모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고 출전한 첫 해였던 2020시즌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류현진은 코로나19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지난해 5승2패 평균자책점(ERA) 2.69를 기록해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강팀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의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이영 투표에서도 리그 3위를 차지했다. 토론토는 확정된 포스트시즌 무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올해는 류현진에게 거는 팀의 기대가 더욱 컸다.
류현진은 첫 해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토론토는 거침없는 투자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지를 키웠다.
그럼에도 불안요소는 있었다. 2021시즌을 앞둔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에 의문부호가 많았다. 류현진을 뒷받침 할 선발진이 약하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가 잇따랐다.
류현진은 5월까지 등판한 10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류현진이 나선 경기의 성적은 7승3패로 좋았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은 우리의 에이스"라는 말을 자주 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지난해보다 좋아졌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제구력 역시 뛰어났다.
이후 류현진은 기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스타전 이전까지는 8승5패 평균자책점 3.56을 올리며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14경기에서는 6승5패 평균자책점 5.50에 그쳤다.
후반기 들어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반감됐고 제구력 역시 흔들릴 때가 많았다. 실투는 여지없이 장타가 됐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부진했던 후반기 14경기에서 9승5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전반기처럼 류현진이 안정된 호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은 경기는 많지 않았다. 토론토가 이 기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30개 구단 중 최고 수준의 타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막판 스퍼트를 펼친 기간에 특히 더 부진했다. 5회를 채우지 못한 경기가 적잖았다.
8월 이후 토론토 현지 언론에서도 류현진 대신 좌완 파이어볼러 로비 레이에게 에이스 칭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시즌 최종전에서 자존심을 세웠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운명이 걸린 4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해 12대4 팀 승리에 기여했다.
와일드카드 경쟁팀들이 나란히 승리하면서 토론토는 팀 승리에도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됐지만 류현진은 2021시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이기록인 14승(10패)을 올렸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 중 가장 안 좋은 4.37을 올렸다. 10패 역시 개인 한 시즌 최다기록이다.
31경기 중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3회에 불과했다.
빅리그 마운드에서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급의 기록은 결코 떨어지는 성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몸값과 에이스에 대한 기대치를 감안하면 류현진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