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 중인 가운데 때아닌 무속 논란이 일고 있다. 당내 경선 중 지난달 26일 3차, 28일 4차, 지난 1일 5차 TV토론에서 윤 전 총장의 왼쪽 손바닥에 '王'자를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윤 전 총장 측은 열성 지지자들이 격려 차원에서 적어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 일부 경쟁후보들이 집중 공세를 가하면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것이 밝혀지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제 부적선거는 포기하길 바란다"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일부 후보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이같은 공세는 야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소 옹호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김민우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손바닥의 '왕'자 논란으로 대선정국이 희화화되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무속론을 핑계 삼아 유권자의 눈과 귀를 흐리는 구태정치는 서글프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 신보라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정책 공약 설전이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조국, 상도수홍, 무속대선 논란이 벌어지는데 심히 유감"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가당찮다"고 말했다.
해당 이슈가 불거진 직후 윤 전 총장 캠프 소속 대변인들이 나서 해명을 했지만, 오락가락 해명으로 외려 논란이 더 커지자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청년위원회 발족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릴 땐 집에 무슨 대소사가 있을 때 연세 드신 분들이 (특정 글자를) 손에 써주고 그랬다"며 "열심히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글자를 써주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지우고 들어가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까지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대선 캠프 내부에서 후보와 대변인들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단 지적과 함께 연이은 실책성 발언으로 인해 '후보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주 120시간', '후쿠시마 원전', '아프리카 손발 노동', '치매환자' 등 휘발성이 강한 소재들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돌출 발언을 쏟아내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실책성 발언 관련 논란에도 개선은커녕 오히려 전방위적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캠프 내 공보라인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TV토론을 앞두고도 캠프 내부에서 사전 연습도 없이 그냥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캠프가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건 맞지만, 후보 본인이 논란을 계속 만들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무속 논란 자체보다는 그 대응 과정에서 캠프가 오락가락 해명을 하는 게 더 문제"라며 "윤 전 총장 본인이 해명 과정에 대변인들과 밀접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는 증거 아니겠냐"라고 말했다.